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시작 전에 시험지가 배부됐다가 회수되면서 불거진 '문제 유출'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번진 가운데, 수험생과 학부모가 연세대를 상대로 낸 해당 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법원은 해당 논술시험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합격자들이 얻는 이익이 모든 수험생이 누려야 할 공정한 시험에 대한 신뢰(기대권)보다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전보성 수석부장판사)는 수험생 18명이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낸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13일 예정됐던 합격자 발표가 중단되게 됐다.
재판부는 "채무자(연세대)가 2024년 10월 12일에 시행한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에 따른 후속 절차의 진행을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재시행 청구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중지한다"고 이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일부 고사장에서 시험지가 일찍 배부되면서 논술시험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수험생들의 신뢰가 침해됐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취지로 적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모집요강에 따른 논술전형의 평가요소 및 반영비율은 논술시험 100%로, 사실상 오로지 논술시험 성적에 의해 합격 여부가 결정되므로, 논술전형에서 요구되는 공정성은 '논술시험 절차의 공정성'에 따라 절대적으로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고, 통상적으로 풀이에 투입하는 시간에 비례해 정답을 맞힐 가능성이 높은 수학 문제라는 이 사건 논술시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부 응시자들만 미리 문제지를 접하는 등으로 시험 문제에 관한 사전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다면, 그 자체로 시험의 공정성은 담보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감독위원들은 잘못 배부했던 문제지를 회수한 이후에도 수험생들에 대해 아무런 지시나 통제를 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 논술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실제로 수험생들이 시험 문제의 일부 내용을 확인함으로써 출제 과목 등 정보를 알게 됐고, 휴대전화 메신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해당 정부가 외부로 전달됐을 개연성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았으며, 논란이 된 논술시험의 효력이 정지되면 합격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연세대 측 주장은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정성이 훼손된 이 사건 논술시험을 기초로 후속 절차가 그대로 진행될 경우 채권자들이 입게 되는 손해는 사후의 금전적인 손해배상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이런 시험을 전제로 일부 수험생들에게 인정되는 합격자 지위의 이익이, 모든 수험생들에게 인정되는 이 사건 논술시험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내지 기대권보다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연세대 입시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법원에서 합격자 발표 등 논술시험에 따른 후속 절차를 중단한다고 판단했고, 앞으로 열린 본안 소송에서 논술시험 재시험 이행 여부까지 판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입학처 등에서) 지금 회의를 열고 후속 절차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대학 측 입장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진행된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과정에서 시험지가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응시자들에게 배포되면서 불거졌다. 이에 수험생과 학부모 등 18명은 같은달 21일 연세대를 상대로 집단 소송과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접수했다. 해당 가처분 신청 취지는 논술시험에 따른 후속 절차 중단이었다.
수험생 측이 제기한 해당 소송의 본안 청구 취지는 '논술시험 무효 확인'에서 '재시험 이행'으로 변경됐다가, '논술시험 무효 확인'을 예비적 청구 취지로 추가했다. '예비적 청구'는 주위적 청구(이 사건 논술시험 무효 확인)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내놓은 2차적 주장을 말한다.
지난달 29일 열린 가처분 첫 심문에서 수험생 측은 미리 배포된 시험지를 15~20분간 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학교 측은 감독관이 즉각 시험지를 회수해 그 시간이 5분 안팎이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