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내각 구성은 '속도감'과 '충성도'로 요약된다.
대선 직후인 지난 7일 미 역사상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수지 와일스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명한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1주일동안 속속 주요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때 발목을 잡았던 이른바 '불충(不忠) 인사'들과 관료집단을 멀리하는 대신 자신의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나갈 충성파들을 요직에 앉히고 있는 모양새다.
미 언론들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인선 스타일에 대해 "2016년과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로 내각을 꾸리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두루 평판이 좋은 명망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트럼프 충성 인사'들로 요직을 꾸리면서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상원 인준 청문회 통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과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이름을 올린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이다.
맷 게이츠 전 의원은 공화당내 극우 강경파로, 지난해 예산 통과 과정에서 민주당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발의해 결국 자당 소속의 하원의장을 쫓아냈다.
게이츠 전 의원은 또 17세 여성과의 성관계, 음주운전, 선거자금 유용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게이츠 전 의원의 법무부장관 발탁에 대해 "최악의 카드"라는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원래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탈당했던 털시 개버드 전 의원도 과거 행보에 물음표가 붙는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나토에 전쟁의 책임을 돌리며 러시아편을 들기도 했고, 2017년에는 내전중인 시리아를 방문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딱히 정보 관련 경력도 없어 미국의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의 수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방장관에 피트 헤그세스(44) 전 폭스뉴스 앵커를 기용한 것도 파격으로 꼽힌다. 군대 내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해야한다는 이른바 워크(woke·깨어있다는 뜻) 세력을 뿌리뽑기 위해 일부러 군 장성이 아닌 예비역 소령 출신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로리다 출신들의 약진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때와는 달리 자신 소유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을 정권인수위가 가동되는 베이스 캠프로 삼고 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만 해도 과거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사실상 이곳이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 없다.
국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좌관에 지명된 루비오 상원의원, 월츠 하원의원, 헤그세스 전 앵커 모두 플로리다 출신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이민·국경부문의 인사들을 가장 먼저 뽑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경 차르'에 1기 행정부에서 손발을 맞췄던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에 지명한 데 이어, 트럼프의 이민 정책 공약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을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에 앉혔다.
여기다 이민 문제에 있어 그 누구보다 강경한 입장인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다 주지사를 국토안보부 장관에 지명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국토안보부 장관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USCBP),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국경 관련 기관을 감독하게 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료집단에 대한 반감은 이번 인선 과정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는데, 정부효율부 수장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이번 대선 경선에 경쟁했던 비벡 라마스와미를 공동으로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기업가 출신으로 정부 조직과 예산에 과감하게 칼을 빼들어 사실상 연방 정부의 구조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머스크는 대선 전 뉴욕 유세에서 미국의 6.7조 달러 예산에서 최소 2조 달러를 삭감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차기 내각에서 배제된 인사를 거명하고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지금까지 트럼프 당선인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마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등 3명을 콕 집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과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였거나 경쟁했던 인사와는 철저히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확실히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