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만원 미만 배달 사라질라…"배민·쿠팡 상생이냐" 반발[오목조목]

이미지 생성 ai DALL-E 캡처

배달앱 플랫폼과 입점업체가 배달 수수료 관련 상생안을 극적으로 합의한 가운데 매출액 상위 35% 가게는 현행보다 정산받는 돈이 낮아진다는 추산이 나왔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말로만 상생일 뿐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모두 떠넘겼다"며 반발하고 있어 실제 시행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전날 제12차 회의를 열고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제시한 방안을 논의한 끝에 배달의민족 제안으로 상생안을 결정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상생안에 따르면 거래액 기준 △상위 35% 가게는 수수료 7.8%, 배달비는 지역별 2400원~3400원 △상위 35~50% 가게는 수수료 6.8%, 배달비 2100원~3100원을 적용한다. △상위 50~80% 가게는 수수료 6.8%에 배달비 1900원~2900원 △하위 20% 가게는 수수료 2%, 배달비 1900원~2900원으로 각각 책정됐다. 또한 배민 앱에서 제공하는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의 수수료와 배달비는 무료 적용하기로 했다.

배달앱 측은 상생안 시행을 위한 시스템 정비를 거쳐 내년 초부터 상생안이 적용·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이번 상생안으로 변경될 정산구조를 추산해 본 결과 매출 상위 35% 점주들의 경우 판매가격이 2만5천원보다 낮으면 기존보다 정산받는 금액이 오히려 낮아졌다. 수수료율을 2% 인하하면서 배달비를 인상한 까닭으로 해석된다.

배달앱 상생안 합의에 따른 정산구조 변화(추정)

자세히 살펴보면 판매 가격이 1만 원일 때 현행 정산 금액은 수수료 980원과 배달비 2900원을 뺀 6120원이었다. 상생안에 따라 인하된 수수료율 7.8%와 인상된 배달비를 적용할 경우 수수료 780원과 배달비 3400원을 뺀 5820원으로 계산됐다. 현행보다 300원을 덜 받게 된다는 셈이다.

이같은 차액은 판매 금액 100원 당 2원씩 줄어들어 2만5천원부터 사라졌다. 판매 금액 3만원의 경우 현행보다 100원 더 정산됐다. 부가세나 기타 잡비 등은 제외한 계산이기 때문에 포함하면 차액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자영업자들은 이번에 도출된 상생안이 배달비 인상에 따른 부담을 자영업자들에게 떠넘기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따르면 수수료가 저렴해진 만큼 배달비가 증가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회원은 "객단가 2만원 기준 수수료가 400원 저렴해지고 배달비가 450원 올랐는데 이게 상생안이냐"며 개략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액수인 2만원에서는 현행보다 상생안이 더 손해가 된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상생안의 수수료율을 0.5% 더 인하해야 자영업자들이 제시한 2만원 객단가에서 현행과 같은 정산 금액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의된 상생안 보다 수수료율 0.5% 추가 인하 시 정산구조 변화(추정)

상생안보다 수수료율을 0.5% 인하한 수치로 판매 금액 2만원을 계산할 경우 수수료 1460원·배달비 3400원으로 정산 금액은 1만5140원으로 계산된다. 현행 구조와 동일한 액수다. 판매 금액 5천원 당 상생안과 현행 구조의 차액은 125원으로 확인됐다. 2만5천원을 판매하면 125원이 현행보다 추가 정산되는 것이다.

다만 구간별 중개 수수료 차등으로 상위 35%를 제외한 가게의 경우 현행보다 정산 금액이 높게 나타난다. 판매 금액 1만원부터 모두 현행보다 상생안의 정산 금액이 컸다.

정산 금액 변동량을 보면 매출액 35%~50% 구간과 50%~80% 구간에서는 5천원 당 150원이 더 정산됐고, 하위 20% 구간은 390원이 더 정산됐다.

이같은 상황에 업주들은 "상생협의체가 배민·쿠팡 상생이었냐", "장사 잘되면 더 뜯어간단 소리", "어떻게 일을 이렇게 처리할 수 있냐", "공정위가 이걸 왜 묵인하는지 모르겠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내면서 상생협의체 결과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는 등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전날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중개 이용요율을 2~7.8%로 차등화하고 배달비를 최대 500원 인상한 상생안을 최종 합의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정부와 국회의 빠른 규제 입법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수료율 인하 폭은 미미하고 거꾸로 배달비를 올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에게 더 부담을 주는 졸속합의가 되고야 말았다"며 "이것이 수개월간 사회적 비용을 쏟아붓고 얻어낸 결과물이라니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마저 불러일으킨다"고 전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현 상황에 오히려 입점업체들의 부담을 더 늘리는 행태를 해 가면서까지 배달 플랫폼사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한 배달 앱 상생안과 플랫폼사들의 가혹한 이기심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상생안은 상생협의체 참석 단체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 공익위원 등만의 찬성으로 가결된 만큼 자영업자들의 동의를 얻긴 어려울 전망이다. 입점업체 측 단체인 한국외식산업협회와 전국가맹주협의회는 회의 도중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희 배달앱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전날 진행된 상생방안 관련 백브리핑에서 "사실 매출액 상위 점주에 대해서는 (수수료가) 큰 차이가 없는데, 하위 35% 이하 점주에 대해 수수료 감면이 나타난다"며 "공익위원들은 이 부분이라도 받아들여 상생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상생안이 부족해도 상생협의체의 첫걸음을 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자꾸 상생이 늦어질수록 소상공인 피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백브리핑 종료 후 입장문을 통해 "업주와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기술 서비스 혁신에도 적극 투자해 소비자 혜택 강화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팡이츠도 "모든 자영업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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