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패밀리 업체'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논란 ②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충북 진천서도 허위세금계산서 의혹 ③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 '판박이' 금품 로비입찰 ④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위증 논란 비화 |
전남 장흥의 마을방송 사업추진 과정에서 특정업체의 규격 등을 반영할 목적으로 알선 명목의 금품이 오가고 허위세금계산서 발행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건에 연루된 해당 업체가 과거 충북 영동에서도 마을방송 입찰비리로 처벌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당시 영동 마을방송 사건을 놓고 "특정업체의 제품을 납품하고자 하는 의도로 알선행위를 통해 특정업체의 규격이 반영돼 입찰 공고된 것은 입찰방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16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충북 영동군 마을방송 사업(2016년~2018년)과정에서 알선을 통한 특정업체의 규격이 삽입된 것을 두고 2020년 대법원 재판(대법원 제2부 2020도 2534)이 진행됐다.
억대의 뇌물이 오간 충북 영동 마을방송 입찰 비리로 해당 공무원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파면, 관련 업체들도 무더기로 처벌됐다.
대법원은 "명백히 특정 업체의 특정 제품을 납품하고자 하는 의도로 행해진 알선 행위로 각 사업의 입찰이 진행된 이상 입찰방해에 해당한다"며 "영동군의 공무원들이 O업체의 제품을 적절하다고 평가하더라도 입찰의 공정을 해친 것은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또 "마을방송 동보장치는 직접생산제도가 적용되므로 특정 업체의 규격이 그대로 공고되는 경우 특정 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당해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며 "특정업체의 규격에 따른 입찰을 공고할 경우 경쟁방법이나 가격 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특정업체의 입찰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들이 로비 대가에 따라 해당 업체만 가지고 있는 규격을 입찰 조건으로 내걸어 다른 업체가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특정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가 낙찰받더라도 납품 기한 내 납품이 불가능하고 규격이나 세부사항을 설계서에 반영한 특정업체의 제품을 구입해서 납품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판시했다.
O업체의 입찰 방해로 볼 수 있는 사건이 전남 장흥에서도 발생했다.
법원 판결문을 통해 전남 장흥 마을방송 비리를 살펴보면 O업체의 설계서가 시방서에 반영되도록 군수 선거 캠프 관계자(브로커)를 통해 알선 행위가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
광주고법은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죄 등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6억 1790여만 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흥군은 해당 O업체가 공급했던 마을방송시스템과 연계가 용이한 동보시스템을 품목으로 추가하는 등 O업체에게 유리한 입찰 조건을 추가했다.
이후 O업체는 브로커의 계좌로 4210만 원을 송금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22년 1월까지 12회에 걸쳐 수주 금액의 28%에 이르는 8억 5760만 원을 건넸다. 이 과정에서 허위세금계산서가 발행됐다.
결국 전남 장흥군 마을방송 입찰에서 1사업(2018년 12월), 2사업(2019년 2월), 3사업(2019년 10월)은 O업체와 특수관계 업체 등 O업체 패밀리로 불리는 업체들이 독차지했다.
법원은 전남 장흥군 마을방송 비리 관련 판결문에서 "O제품의 설계서가 반영된 규격서 및 시방서가 적용되면서 타 업체는 장흥군 마을방송시스템 구축사업 입찰에 참가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판시했다.
재난예경보를 위해 주로 활용되는 마을방송이 호환작업을 볼모로 한 음성적 거래 수단뿐 아니라 '입찰 단계'부터 알선 행위를 통해 특정업체의 규격이 반영되는 등 비리 구조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방증이다.
도내 한 변호사는 "특정 제품을 생산하거나 관련 규격을 공유하는 업체들로만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통상 특혜를 받고자 하는 업체가 직접적으로 뇌물을 건네거나 브로커를 통한 알선 행위가 빈번한데 이럴 경우 뇌물공여가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라북도 재난예경보시설 통합·연계시스템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전북특별자치도는 감사 결과 보고서와 O업체에 대한 고발장에서 "신규업체들의 방송장비와 통합 연계를 어렵게 하면서 선행업체가 후행업체의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특히 "호환에 필요한 비밀번호 등을 해당 지자체에 공개하지 않고 O업체와 패밀리로 불리는 협력업체(A,B,C)만이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재난예경보시스템을 독과점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는 '공정거래법 제3조 2' 규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O업체는 "A,B,C업체와 관계에 대해서 사업 다각화와 유통망 확장 차원에서 자사의 임원진이 참여하거나 회사 차원에서 투자한 회사"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