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역 살인" 작성자 검거…'이것' 홍보 위한 자작극이었다

온라인 사이트 게시판에 야탑역 살인예고글 파장
두 달간 경찰 투입되며 행정력 낭비 도마위
사이트 내 불법정보 확인하며 수사망 확대
게시판 관리자인 작성자 검거 "사이트 홍보하려"

지난해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진 이후 일대에 경찰이 배치된 모습.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예고글을 올린 뒤 잠적했던 게시자가 2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작성자는 자신이 지인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해당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협박,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익명 사이트 게시판 관리자 A(20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보통신망법 위반(방조) 혐의로 사이트 운영자 B(20대)씨 등 3명에 대해선 불구속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9월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야탑역에서 흉기난동을 벌이겠다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부모님이 날 버리고 친구들도 무시한다. 9월 23일 오후 6시 야탑역에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겠다"는 내용으로 글을 작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글이 올라오자 경찰은 야탑역 역사와 인근 지역에 기동순찰대와 기동대 등 180여명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장갑차도 배치했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2개월 동안 경력이 계속 투입되면서 행정력 낭비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별다른 사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도 한동안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지 못했다. 서버가 해외에 있다 보니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 등 역시 경찰의 수사 협조요청에 "게시자 정보는 우리도 제공할 방법이 없다"는 취지로 대응했다.

그러던 중 수사팀은 해당 사이트에서 불법 정보나 음란사이트 링크가 공유되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망을 확대했다. 음란물 유통이라는 새로운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서 국제공조를 본격화하고 압수영장을 집행, IP 등을 추적하면서 A씨를 게시자로 특정했다.

A씨는 이 사이트의 게시판 운영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해당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스스로 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이트 운영자 B씨의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트는 익명성을 표방해왔지만 실제로는 불법 정보를 공유하는 등 불법행위를 이어왔던 것으로 조사되면서 경찰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김성택 사이버범죄수사1대장은 "익명성을 표방하는 사이트 내에서 불법 범죄가 발생했다면, 사이트 운영자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본인인증절차 등을 통해 익명성에 대한 책임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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