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슈퍼스타와 다승왕이면 충분했다.
한국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2차전 쿠바전에서 8-4로 승리했다. 전날 대만에게 3-6으로 패한 한국은 이날 승리로 슈퍼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키웠다.
쿠바는 한국전 선발 투수로 에이스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내세웠다. 경기 시작 전 모이넬로가 등판한다는 소식에 국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모이넬로는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서 가장 좋은 투구를 펼친 투수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11승(5패)을 쌓는 동안 평균자책점 1.88을 남겼다. 이는 올해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달하는 기록이다.
당연히 모이넬로는 쿠바의 에이스 투수다. 모든 구종이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좌완 모이넬로는 최고 구속 155km의 직구를 지녔고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유형의 투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정도로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외려 올해 KBO리그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낸 타자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투수 곽빈(두산 베어스)의 경기력이 훨씬 좋았다.
올해 김도영은 리그에서 38홈런 40도루를 비롯해 189안타 109타점 143득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0.347을 작성했다. KBO리그 최우수선수(MVP)는 이미 확정됐다는 평을 받을 정도의 맹활약이다.
최고의 1년을 보낸 김도영은 태극마크를 달고도 기세를 이어갔다. 쿠바 에이스 모이넬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2 대 0으로 앞선 2회말 2사 만루 기회에서 모이넬로의 초구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점수 차는 6점으로 벌어졌다. 분위기가 완전히 기울었다. 사실상 승리는 김도영의 만루 홈런 순간 확정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회에만 6실점 한 모이넬로는 더 이상 마운드에 설 수 없었다. 이날 모이넬로는 2이닝 동안 50개의 공을 던지며 1피홈런 4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6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모이넬로가 빠진 이후에도 쿠바 마운드는 김도영에게 쩔쩔맸다. 김도영은 5회말 1사 후 우익수 방면 2루타를 터뜨린 데 이어 7회에는 상대 투수의 초구를 노려 좌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김도영은 이날 2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5타점 2득점의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선발 맞대결을 벌인 곽빈은 안정적인 투구로 초반 기세를 잡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쿠바 타선은 속수무책이었다. 시작부터 곽빈의 구위는 대단했다. 1회초 삼진 2개를 포함해 삼자 범퇴로 쿠바 타선을 요리했다. 2회에도 1탈삼진을 비롯해 출루 없이 이닝을 마쳤다.
첫 피안타는 3회 나왔다. 큰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선두타자 요엘키스 기베르트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안타를 1개 더 주기는 했지만 점수를 허용하지는 않았다. 곽빈은 4회 1사 후 볼넷과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야디르 드레이크에 병살을 유도하고 이닝을 닫았다.
곽빈은 5회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첫 두 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줬다. 이후 소형준(KT 위즈)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를 떠났다. 다행히 소형준이 위기를 잘 넘기면서 곽빈의 실점은 기록되지 않았다. 곽빈은 이날 4이닝 동안 74구를 던지며 3피안타 5탈삼진 3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곽빈도 KBO리그에서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30경기에 출전해 167⅔이닝을 던지며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를 썼다. 곽빈보다 많은 승리를 쌓은 투수는 단 1명도 없었다. 곽빈은 원태인(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2024시즌 한국 프로야구 다승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