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베이비 드릴 (Drill, baby drill, 석유를 시추하자)"
후보자 시절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며 전통 화석연료의 활성화를 강조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정부와 국내 에너지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화석연료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에 정유·석화업계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부 역시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에너지 수입을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당시 취임 직후인 2017년 "기후위기는 사기"라며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한 바 있다. 이번에도 취임 즉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측이 취임 즉시 시행할 예정인 행정명령에 파리기후협약 탈퇴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을 늘리고 관련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공화당 정치인 리 젤딘을 환경보호청장으로 임명했다. 젤딘 전 의원은 환경 규제에 대한 대대적인 철폐를 예고한 인물이다.
강구상 대외경제연구원 팀장은 에너지정책 공약 비교 보고서에서 "트럼프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과 혜택을 축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위한 연방 토지에서의 시추 허가 및 임대 절차 가속화,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규제 완화, 공공토지 내 석유 저장고 개방, 석유·가스·석탄 생산업체들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화석연료 확대가 원가 절감 등의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내 셰일 오일 생산 확대, 석유 업체에 대한 규제 및 세금 완화, 전략적 비축유 추가 확보 등 정책이 시행되고 미국 내 원유공급이 확대되면서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준하 홍익대 법대 교수는 13일 한국무역협회 세미나에서 "트럼프가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으로 회귀를 공언한 이유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정책이 제조업 기업들의 생산비 증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며 "세일가스 확대를 통해 에너지 가격을 낮춰 제조업 부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 2기 특성일 듯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분명 한국에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우리 나라 석유화학 분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추이 지켜보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 세계 원유 가격이 떨어진다는 면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정제마진도 떨어진다면 오히려 정유업계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산 에너지수입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 8대 무역 적자국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대상으로도 통상 압력을 가해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에너지수입 확대가 일종의 방패막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13일 '윤석열 정부 산업·통상·에너지 분야 주요 성과 및 향후 계획'브리핑에서 "앞으로 에너지 분야라든지 또 조선산업, 이런 다양한 분야로 협력의 범주를 넓혀 나갈 수 있는 기회도 된다"라며 "그런 기회요인들을 잘 찾아서 그걸 또 레버리지로 해서 미국 측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