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국면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가 15일 내려진다. 이 대표를 둘러싼 4가지 사건 중 첫 번째 1심 선고다.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한 가운데, 이 대표의 '말'에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선고한다. 이 대표 선고와 관련해 지지층과 반대층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터라 법원도 긴장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2월 여러 방송에 나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는 몰랐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또 이 대표가 △같은 해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4단계 용도지역 변경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취지로 말한 부분이다.
검찰은 이런 발언이 거짓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공직선거법은 당선 목적으로 연설이나 방송 등에서 허위 사실을 말하는 것을 처벌한다.
김 전 처장 발언이 있었던 때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몸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김 전 처장이 숨진 채 발견되던 시기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의혹과 본인을 단절시키고자, 2009년부터 알고 지냈던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거짓말했다고 본다.
검찰은 지난 9월 결심 공판에서 "당선을 위해 (김 전 처장과의) 교유(交遊·서로 사귀어 놀거나 왕래함) 행위는 기억이 안 난다고 거짓말한 것이 명백하다"며 발언의 고의성을 강조했다. 2015년 호주 출장 당시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도 제시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안다', '모른다'는 개념은 주관적 인식의 영역으로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발언 또한 생방송 중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 변호인은 "'김문기를 성남시장 시절 개인적으로 몰랐다'는 것은 주관적인 인지 상태나 친분에 관한 표현으로 증명이 가능하지도 않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법상 금지된 허위 사실 공표의 대상이 '행위 등'으로 규정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 변론 전략이었다. 반면, 검찰은 '모른다'는 단어만 따로 봐서는 안 되고, 맥락상 김 전 처장과의 교유를 부인한 '행위에 대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백현동 의혹은 부지 용도변경 당시, 국토부의 협박 내지 압박이 실제로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검찰은 국토부 공문을 두고 부지가 매각될 수 있도록 요청하는 '협박' 아닌 '협조' 취지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재판에서 직접 "국토부가 성남시에 공문을 3번이나 보냈다"며 국토부의 입김을 증명하려 하기도 했지만, 법정에 출석한 국토부와 성남시 공무원 대다수는 국토부의 압박은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표는 최후 진술에서 "화가 나 협박이라고 과하게 표현했지만, 어쨌거나 (국토부가) 성남시를 압박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둔 서울중앙지법은 '초긴장' 상태다. 법원 청사 일부 출입구를 폐쇄하고 보안 인력을 늘렸다. 기존 법정을 소법정에서 중법정으로 옮기고 법정 출입구 통제와 검색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이 대표 선고 공판을 실시간 생중계하지 않기로 했다. 법원은 "관련되는 법익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결 선고 촬영·중계방송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고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다음 대선 출마 가능성까지 짐작할 수 있어 정치권도 주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사건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만 확정받더라도 의원직을 잃고 다음 대선에 나올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