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던 거, 그대로 보상받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왔어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되는 14일 오전 7시 30분 시험이 치러지는 서울 경복고 앞에서 만난 최민성(가명,19)군은 이같이 말했다. 최군은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양손에 도시락 가방과 책을 들고 이내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보내고도 정문 앞을 서성이며 발을 동동 굴렀다.
5남매의 막내아들을 고사장으로 보낸 윤모(50)씨는 "자식이 많아 여러 번 수능을 경험했지만 떨리는 건 언제나 똑같다"며 "매번 수능 때마다 너무 추웠는데 오늘은 날씨가 포근해서 마음이 조금 평안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잘 하고 와, 기도하고 있을게"라는 말과 함께 새벽부터 일어나 끓인 닭죽을 아들에게 쥐어줬다.
이날 전국 85개 시험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치러지는 수능 시험 응시생은 오전 8시 10분까지 지정된 시험실에 입실했다. 서울의 아침 기온은 13.2도로, 포근한 날씨 속에 학생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고사장에 도착했다.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오연진(19)양은 "쌍둥이와 같이 수능을 보게 됐다"며 "둘이 다른 고사장을 배치받았는데, 정시를 준비하는 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아빠가 저를 운전해 데려다줬다"며 웃었다. 오양은 "찍은 거 다 맞을 거라는 아빠의 응원을 받고 날씨도 좋은 것 같아, 어제부터 떨리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됐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의 입실 후에도 몇몇 학부모들은 학교 밖에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근심 가득한 표정의 윤혜영(40대)씨는 "의대 증원으로 졸업생 응시자가 늘어나 딸이 많이 위축됐다"며 "1년간 정시를 준비해온 딸이 그 소식에 불안해하더니 급히 수시로 대학을 하향 지원한 상태"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윤씨는 이어 "교실로 들어가는 딸의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아쉬워 겨우 눈물을 참았다"고 덧붙였다.
입실 완료 시각인 8시 10분을 앞두고 급박하게 도착하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경복고등학교에선 오전 7시 40분쯤 한 학생이 수험생 호송 봉사중인 오토바이를 타고 고사장에 도착했다. 오토바이 호송 봉사자 박형구(64)씨는 "학생이 지하철역에서 급하다고 먼저 태워달라고 했다"면서, 또다른 수험생을 태워야 한다며 급히 자리를 떠났다.
여의도여고에서도 입실 완료 시각을 10여분 남기고 각각 오전 7시 58분과 8시 6분쯤 수험생이 경찰차에서 내려 고사장으로 내달렸다. 8시 12분쯤에는 수험표를 놓고 온 학생의 가족이 경찰차를 타고 나타나 수험표를 전달하기도 했다. 성재희(27)씨는 "동생이 봉투에 수험표를 넣어놨는데 봉투를 놓고 가서 갖다주러 왔다"며 "너무 늦을 것 같았는데 앞에 경찰이 있어서 부탁했더니 흔쾌히 도와줬다"고 말했다.
'여의도여자고등학교'를 찾은 한 아버지는 아들이 신분증을 놓고 갔다며 이를 학교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고사장이 잘못됐다는 것이 확인되자 경찰이 부랴부랴 '여의도고등학교'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본령이 울리기 7분 전인 8시 33분쯤 마지막 수험생이 택시에서 내려 고사장으로 전력질주하는 모습도 보였다.
입실이 끝난 뒤 일부 수험생 가족들은 응원 기도를 위해 인근 교회와 사찰을 찾았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에서 만난 강명순(75)씨는 "손녀딸이 시험 시간표를 적어줘서 시간에 맞춰 기도를 하고 있다"며 "목표 등급도 적어줘서 그렇게 해달라고 비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1교시 국어영역은 오전 8시 40분에 시작하고, 5교시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오후 5시 45분(일반 수험생 기준)에 끝난다. 올해 수능에는 전년도보다 1만 8082명 늘어난 52만 2670명이 지원했다. 이번 수능에는 전년보다 1만8082명 많은 52만2670명이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