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태릉의 군 골프장, 태릉 CC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C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대국민 사과와 기자회견 이틀 뒤였는데요. 저희가 추가 취재를 해 보니 북한의 쓰레기 풍선 도발이 있었던 지난달과, 명태균씨 녹취 공개 직후인 이번 달 초에도 같은 곳에서 골프 라운딩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치 현안과 안보 문제로 나라가 뒤숭숭한 와중에도 아랑곳 않고 골프를 쳤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자세한 내용 국회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김형준 기자, 윤 대통령이 언제 언제 골프를 친 걸로 확인됐죠?
[기자]
CBS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태릉CC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된 건 지난 11월 2일과 9일, 그리고 10월 12일 등 세 차례입니다.
하나하나 짚어 보면요, 10월 12일은 북한의 도발로 매우 엄중한 상황이 펼쳐지던 날이었습니다. 전날인 11일 밤 북한 외무성이 중대성명을 발표해 우리가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전단, 삐라를 뿌렸다면서 보복 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군사법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긴급 보고를 받기 위해 잠시 국감장을 떠났다 돌아오고 현장에 있던 주요 지휘관들도 부대에 복귀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국가안보 관련 사안이었기 때문에 야당도 여기에 동의했고요.
다음 날, 즉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친 당일에는 북한이 우리를 향해 쓰레기 풍선을 날려보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 우리 정부의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은 사실상 시인이라며 한 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하면 보복 행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연히 군 당국도 대응 조치에 들어가야 했는데요, 이때 현역 군인들의 골프 일정은 취소됐습니다.
[앵커]
안보 문제로 중요한 시기에 골프를 치러 다녔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언급하신 11월 2일은 또 어떤 일이 있었나요?
[기자]
11월 2일로부터 이틀 전인 10월 31일에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목소리가 녹음된 명태균씨 녹취 파일을 공개했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하는 바로 그 녹취가 공개됐기 때문에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의 증거가 드러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거든요.
바로 다음 날인 11월 1일에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했습니다. 증인으로 채택된 김건희 여사가 출석하지 않으면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두고 고성이 오가는 한편, 윤 대통령의 녹취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여당 의원들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진땀을 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여기에 전혀 개의치 않고 바로 다음 날에 골프를 치러 갔습니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오후 1시쯤부터 라운딩을 시작해 18홀을 다 돌고, 오후 5시 이후 골프장을 빠져나갔다고 하니까 반나절 동안 골프를 친 셈이 됩니다.
[앵커]
최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을 앞두고 8년 만에 골프 연습에 나섰다, 이렇게 해명했는데, 사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확정 전에도 골프를 친 거잖아요?
[기자]
네, 그저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트럼프 당선인은 늘 골프가 생활화된 분이고 일관되게 본인의 골프 루틴에 맞게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걸로 안다"면서 "대화가 이어지려면 우리 대통령도 공이 제대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최소한의 연습을 시작하신 건 굉장히 오랜만으로 알고 있고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날짜를 좀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대체적으로 판가름지어진 건 우리 시간으로 11월 6일 오후 정도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친 것은 10월 12일과 11월 2일, 그리고 11월 9일이니까 사실 당선 확정되기 전부터 계속 골프를 친 거죠.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오늘 기자들과 만나 미국 대선은 11월 5일인데 라운딩은 11월 2일이었다며 트럼프 당선을 대비해서 골프를 쳤다는 건 거짓 해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 시정연설 이틀 전인 11월 2일에도 라운딩을 하고 정작 시정연설엔 불참한데다, 대국민 사과 이틀 뒤인 11월 9일에도 라운딩을 했다며 국민의 공복으로 자격 미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오늘 대통령경호처에서 해명을 좀 내놨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오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신영대 의원의 질문에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밝힌 내용인데요, 직접 한 번 들어 보시죠.
"연습장 가게 되면 거기에 또 일반 국민들의 제한도 많고…"
"태릉은요? 태릉은? 태릉은요?"
"요즘 또 (관저에) 스크린 골프장이 있네 없네 말도 많구요."
경호상 통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군 골프장을 이용했다, 이런 해명을 내놓은 건데 태릉CC 자체가 군 골프장은 맞지만 민간도 사용할 수 있고, 어차피 군 골프장도 경호 통제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여기까지 국회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