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노동단체의 집회를 경찰이 과잉 진압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지호 경찰청장이 또 사과를 거부했다. 경찰은 집회에 참가한 노동단체 조합원들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 청장은 13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부별심사에 참석해 경찰의 집회 강경 대응에 대한 사과 의사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본인들(집회 참가자들)이 신고한 장소로 들어갔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사과를 거부했다.
앞서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서울 숭례문과 시청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차선 확보를 두고 양측이 충돌했고,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사전 신고한 범위를 벗어나 집회에 나섰다며 이들을 진압했고, 민주노총 등 집회 참가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다만 대법원은 판례 등을 통해 집회가 사전 신고된 범위를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곧바로 해산,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날 예산안 부별심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이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경찰에서 허가한 집회 공간이 참가 인원 대비 턱없이 좁았다. 평소보다 강력했던 경찰 통제가 정권 퇴진 운동을 막기 위한 선제적 포석 아닌가? 경찰청장은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라고 묻자 조 청장은 "불법집회로 변질돼 해산을 명령했다.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도외시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문 의원이 "불법집회라고 하면 (참가자들을) 마구잡이로 패도 되는가"라고 묻자 조 청장은 "마구잡이로 팬 적이 없다"고 맞섰다.
문 의원이 재차 "결론적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국회의원 한 명은 갈비뼈가 골절됐다.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라고 묻자 조 청장은 "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말했는데 경찰청장으로서 주말에 도심 한가운데서 통행 마비 사태, 여러 사람이 부상을 입은 사태에 대해선 치안책임자로서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민주노총 조합원 등 집회 참가자 11명을 공무집행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계속해 조사 중이다. 11명 중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중 4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전날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모두 구속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민주노총 집행부 7명에 대해서도 사전에 불법 집회를 준비했다고 보고 입건 전 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