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팀미션 공동구매'라는 신종 사기 수법을 이용해 가정주부 등을 상대로 88억 원을 뜯어낸 사기 범죄집단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주범인 해외 총책 3명에 대해서도 국제 공조수사를 통해 국내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2월 2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사기 등 혐의로 범죄집단 조직원 54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 가운데 국내 총책 A씨와 B씨 등 관리자급 14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공조수사를 진행해 해외 총책 3명의 국내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3명 중 2명은 한국인으로 중국 공안에서 이미 검거했고, 나머지 중국 국적의 해외 총책은 적색 수배 중인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피해자들에게 가짜 쇼핑몰 사이트 가입을 유도한 후 텔레그램방으로 초대해 "쇼핑몰 사이트에서 물건을 공동 구매하면 그 비용의 35%를 추가해 현금으로 환급해 주겠다"고 속여 88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 수는 총 301명이었다. 피해자의 97% 정도가 가정주부, 학생 등 여성이었고, 1인당 피해 액수는 적게는 8만 1천 원부터 많게는 4억 1천만 원으로 파악됐다. 일부 피해자들은 공동구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오규식 사이버수사2대장은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종래의 검찰, 금감원 등 기관 사칭 형태의 보이스피싱 수법이 공동구매(팀미션), 쇼핑몰 리뷰 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팀미션 사기'는 냉장고, TV, 침대 등 고가의 물품을 팀 전체가 구매하면 그 비용의 일정 비율을 구매대금에 추가해 포인트로 적립해준다고 속이는 신종 사기를 말한다. 일당은 팀미션이 단순한 아르바이트지만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피해자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범행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단 하루 만에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당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신설된 쇼핑몰 사이트의 후기 이벤트에 참여하면 모바일 상품권을 드린다"고 속여 쇼핑몰 사이트 가입을 유도했다.
피해자가 가입한 후 쇼핑몰에 후기를 작성하면 일당은 피해자들을 텔레그램 방으로 초대해 '팀미션'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텔레그램 방에는 주로 '팀미션' 내용을 전달하는 매니저와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조직원 3명, 피해자 1명이 참여한다. 조직원들은 피해자에게 회차마다 고가의 상품을 공동구매 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팀미션'은 통상 13~15차례 정도 진행됐다.
회차가 진행되는 도중 피해자가 더이상 구매대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환급을 요청할 경우 수수료 선입금 등 추가 금원을 요구해 2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수수료까지 납부하면 일당은 쇼핑몰 사이트에서 피해자의 회원 정보를 탈퇴시키고, 텔레그램 방의 대화 내용 등을 전부 삭제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301건의 사건을 병합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일산, 인천, 경상도, 서울 등 전국 각지에 흩어진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조직원들을 검거하고, 범죄수익 88억 원 중 11억 원 상당은 압수 또는 기소전 몰수‧보전했다. 나머지 범죄수익 대부분은 해외 총책에게 송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오 대장은 "고금리‧고물가 환경이 지속함에 따라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려는 서민들의 심리를 이용해 단순한 재택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영화 평론이나 음악 리뷰 작성까지 유사한 사기 수법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며 "전화 또는 문자(SMS)를 통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금전을 요구한다면 사기를 의심하고,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서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내용의 문자나 전화를 받게 되면 해당 업체에 문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