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이름도 되찾지 못한 채 먼 땅에서 무명용사로 잠들었던 영국군 참전용사 4명의 신원이 73년 만에 확인됐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12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영국군 무명용사 4명의 비석에 이름을 새겨넣는 묘비 재헌정식을 개최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영국 무명용사의 신원이 밝혀진 것은 처음으로 안장된 지 73년 만이다.
이날 행사는 전사자들의 가족과 지인을 비롯해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앤디 램 주한영국대사관 국방무관, 이남일 부산지방보훈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참전용사의 헌신을 기리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이름을 되찾은 참전용사는 윌리엄 아데어(William Adair) 상병과 마크 포스터 (Mark Foster) 소총수, 패트릭 앵지어(Patrick Arthur Angier) 소령, 도널드 노티 (Donald Northey) 하사다.
아데어 상병과 포스터 소총수는 1951년 1월 적군을 피해 남쪽으로 후퇴하는 서울 시민들과 국군, 유엔군을 엄호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중 목숨을 잃었다.
패트릭 소령과 노티 하사는 같은 해 4월 설마리 임진강 전투 중 적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73년 만의 이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쟁 연구가 니콜라 내시의 수년간 연구 덕분으로, 그는 희생자 문서와 텔레그램, 편지 등 모든 자료를 적극 활용해 신원을 밝혀냈다.
한국전쟁에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8만 1084명을 파병했고, 1106명이 한국 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이번에 이름을 되찾은 4명을 제외하면 아직 72명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콜린 크록스 주한영국대사는 "한국전쟁 때 목숨을 바치고 지금까지도 그 희생이 알려지지 않은 용감한 용사들의 가족들과 함께 이 자리에 서게 돼 영광"이라며 "묘비에 이름을 새김으로써 유가족들에게도 위로를 전할 수 있었고, 그들의 기억이 영국과 한국의 영원한 우정을 증명하는 증거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