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10월 北도발 당일에도 골프…軍현역 물리치고

尹 대통령 최근 골프라운딩…10월12일, 11월2일, 11월9일
10월11일 북한 외무성 중대 성명, 10월12일 오물풍선 낙하
'비상' 태릉CC '현역 군인 골프 금지'…정작 대통령은 골프 쳐
11월2일 '尹 육성' 명태균 녹취 이틀 뒤…트럼프 당선은 11월6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스마트이미지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에서 골프를 친 데 이어 지난 2일과 지난달 12일에도 같은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친 날 중 10월 12일은 북한이 남측으로 쓰레기풍선 도발을 감행했던 날이다. 당일 현역 군인들의 골프 일정은 취소됐지만, 대통령은 게임을 진행했다. 11월 2일은 윤 대통령의 육성을 녹음한 명태균씨의 녹취가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공개되고 이틀 후였다.

윤 대통령은 결국 대국민사과를 했는데, 담화 후 이틀이 지난 11월 9일 골프 라운딩은 이미 CBS노컷뉴스 취재로 드러난 바 있다. 내정과 안보 양 측면에서 국정이 위기인 상황에서 아랑곳 없이 골프를 친 셈이다. (관련 기사 : [단독]尹, 사과 직후 골프라운딩…트럼프 대비한 연습?)


그럼에도 골프 라운딩을 솔직히 인정하는 대신 사안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이른바 '물타기' 시도로 일관했다. 용산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골프 연습' 사실을 알린 날짜는 11월 10일로 취재 과정 중 벌어진 일이다. 들키게 되니 결과에 원인을 맞춘 격이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확인한 사실은 실제론 골프 연습이 아닌 18홀을 도는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골프 외교' 역시 구실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은 11월 6일 정해졌는데, 11월 9일을 제외하고 앞선 골프 일정은 당선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없는 시점이었다.

北 "南에서 무인기 침투, 보복 준비"…다음 날 '오물풍선' 도발, 尹은 골프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관측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친 지난 10월 12일은 북한의 도발로 매우 엄중한 시기였다. 바로 전날인 10월 11일 북한 외무성은 저녁 8시쯤 중대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우리나라가 평양으로 무인기를 침투시켜 '삐라'(전단) 등을 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모든 공격 수단을 '준비 태세'에 두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성명에서 "대한민국의 이번 도발행위를 더 이상 설명할 여지도, 필요도 없이 응당 자위권에 따라 보복을 가해야 할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로 간주한다"며 "우리는 대한민국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최후통첩으로서 엄중히 경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이 성명을 발표한 당시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해당 사실이 언론 속보 등으로 알려지자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잠시 정회되기도 했다. 김용현 국방부장관이 긴급 보고를 받으러 잠시 국감장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특히 '채상병 사건' 관련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에 대해서도 북한 대응 차원에서 즉각 부대 복귀 조치를 했다. 채상병 사건 관련 집중 공세를 예고했던 야당 의원들도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인 점을 고려해 이석을 허락했다.

그만큼 당시 분위기는 심각했다. 실제 북한은 성명 발표 다음 날 우리나라를 향해 추가로 '오물풍선'을 날려보내는 등 도발을 강행했다. 반면 같은 날 우리나라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골프를 치고 있었던 셈이다.

공천 개입 '尹육성' 공개 이틀 뒤, 대국민 '사과' 이틀 뒤…尹, 골프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2일에도 같은 골프장을 찾았다. 골프 시작 시간은 오후 12시 55분으로, 윤 대통령은 '화랑 코스'부터 '을지 코스'까지 18홀을 전부 다 돌고 오후 5시 이후 골프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이틀 전인 10월 31일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에 의해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가 공개된 날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라고 언급한 육성 녹취가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을 골자로 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라운딩 바로 전날인 11월 1일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가 있었다. 증인으로 채택된 김건희 여사가 출석하지 않으면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두고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등 설전(舌戰)이 벌어지는가 하면, 공개된 윤 대통령의 육성 녹취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여당 의원들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아랑곳 없이 다음 날 골프를 쳤다.

취재진에 포착되자 돌연 '트럼프' 운운…野 "아직도 국민이 우습나"


지난 9일 서울 노원구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 정문을 통과하는 대통령실 차량 행렬. 김세준 크리에이터

명태균씨와의 육성 녹취가 공개된 후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윤 대통령은 11월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께 사과했다. 당시 대통령은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틀 뒤인 11월 9일에도 또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치러 가는 장면이 CBS노컷뉴스 취재진에 포착됐다.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현장이 취재진에 포착된 바로 다음 날 저녁부터 '윤 대통령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을 앞두고 8년 만에 골프 연습에 나섰다'는 대통령실발(發)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선 골프 라운딩의 경우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한참 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취재진에 골프를 친 사실이 포착되자 뒤늦게 트럼프 운운하며 변명만 늘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7일에 대국민 담화를 하고, 9일에 골프를 치러 갔다가 언론에 포착되자, 10일에 대통령실이 이를 '골프 외교'로 포장해 알린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골프 나들이가 가져올 파장이 두려워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급조해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반복됐던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 때문에 국민들은 이 변명도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아직도 국민이 우습나. 온 국민을 뒷목 잡게 했던 대국민 담화 이틀 뒤 희희낙락하게 골프를 치고, 그것도 모자라 국민을 속이려 들었다. 후보 시절 '개사과 사건'과 판박이인 '개사과 골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골프를 둘러싸고 불거진 온갖 의혹에 대한 해명도 이제는 믿기 힘들다"며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제기됐던 부적절한 골프 라운딩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골프에 대한 CBS노컷뉴스의 질의에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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