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4일부터 5박 8일 일정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개최국인 페루와 브라질을 각각 방문한다. 이번 순방에서는 러·북 군사 협력에 대응한 국제 사회 연대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한중, 한미일 정상회담 추진 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 등을 위해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대외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김건희 여사는 이번 순방에 동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尹, 14~21일 APEC·G20 참석…김건희 여사는 동행 안해
윤 대통령은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페루 리마와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한다. 윤 대통령의 APEC 참석은 취임 후 두 번째이며, G20 참석은 세 번째다.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다자 정상회의 외교 무대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우리의 책임 외교를 구현할 것"이라며 "우리의 외교 지평과 실질 협력을 중남미로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순방에 여러 논란에 휩싸인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동행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의 대외 활동과 관련 "저와 핵심 참모 판단에 국익과 관련해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활동은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빈 방문이 아닌 다자 외교인 만큼 정상들이 혼자 오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김 여사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회견의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14일 서울에서 출발해 같은 날 저녁(현지 시간) 페루 리마에 도착한다. 이튿날인 15일 오전에는 APEC 정상회의 첫 세션에 참석해 내년 APEC 의장국으로서 대한민국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무역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논의에 앞장설 것임을 강조할 예정이다. 아울러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와의 대화'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CEO 서밋'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계획이다.
16일 오전에는 APEC 정상들이 친목을 다지는 '리트리트'(비공개 자유토론) 행사에 참여한다. 오후부터는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페루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중남미 국가를 방문해 개별 양자 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양 정상은 한국 기업이 페루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는 선박에 부착할 명판에 함께 서명하는 별도의 방산 기념행사도 갖는다.
윤 대통령은 17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출발한다. 18일에는 '글로벌 기아빈곤퇴치 연합 출범식'에 참석해 기아와 빈곤 퇴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기여 방안을 제시한다. 19일에는 '지속 가능한 개발과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한 제3세션에서 기후위기 극복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제 협력을 제안하며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건설적 기여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APEC과 G20 정상회의 기간 윤 대통령은 베트남·멕시코·브루나이·일본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와 양자 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 김 차장은 "다자회의 특성상 추가로 더 많은 국가와 논의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일정 조율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중·한미일 정상회담 조율 중…尹-트럼프 회동 여부 "긴밀히 소통"
특히 주목되는 건 한중 정상회담과 한일, 한미일 정상회의다. 한중 회담이 성사될 경우 윤 대통령은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주 앉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곧 출범함에 따라 미국의 대중 외교는 '강경' 기조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다져야 하는 과제에 놓여있는 상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은 열심히 협의 중이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회담이 이뤄지더라도 특별한 의제를 논의하기 보다는 큰 틀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내다봤다.
대통령실은 한일, 한미일 회담도 적극적으로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달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첫 회담을 가진 바 있다. 한미일 회담이 열린다면 이시바 총리가 처음으로 참석하는 3자 간 회담이 된다. 이번 다자회의 계기에 회담이 성사된다면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연내 한미일 회담 개최도 이뤄지는 셈이 된다.
다자회의 무대는 아니지만 별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도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조속한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만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 측과 긴밀하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새로운 변화가 있으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이 이뤄진다면 오는 21일로 예정된 귀국 일정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의 주요 의제를 러·북 군사 협력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를 위해 파병된 북한군의 본격적인 전투 투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와 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조약을 비준했다. 국제 사회의 우려는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김 차장은 "APEC과 G20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제 사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할 것"이라며 "러·북 군사 협력에 대한 국제 사회의 연대 필요성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