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선적 135금성호가 제주 앞바다에 침몰한지 닷새째인 12일 오후 생존 선원들이 침통한 모습으로 김해공항을 통해 부산에 도착했다.
앞서 부산에 거주하는 선원 2명이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가운데, 부산지역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35분쯤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내선 터미널에 금성호 침몰 사고 생존자 13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사 관계자 등과 함께 제주공항에서 항공편을 통해 부산에 도착한 이들은 검은색 마스크와 모자 등을 쓴 채 도착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준비된 차량으로 걸어가는 동안 이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앞만 보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대부분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말을 아꼈다. 한 한국인 선원은 "목이 다 쉬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짧은 대답을 겨우 남기도 했다. 선사 관계자 등은 선원들과 취재진의 접촉을 막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빠른 걸음으로 공항 행사용 통로를 이용해 사전에 대기하던 차량으로 이동했다.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선사 관계자들은 선원이 도착하자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맞이하며 선원들을 껴안거나 어깨를 두드리는 등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모습이었다.
도착한 한국인 선원 4명은 영도구에 있는 한 병원으로 이동해 건강검진 등 진료를 받고, 외국인 선원 9명은 직업 중개 업체를 통해 통영 숙소로 이동해 건강 상태를 살필 예정이다.
한편 지난 9일과 10일 숨진 채 발견된 부산거주 선원들의 빈소가 마련되는 등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에는 금성호 선원 이모(50대·남)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연제구에 살던 이씨의 빈소 입구에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주석수 연제구청장의 근조기와 선원노조,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근조화환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빈소에서는 깊은 슬픔에 빠진 유족들이 눈물을 보이면서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이른 오전부터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유족들의 손을 맞잡으며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 10일 금성호 침몰 사고의 실종자 가운데 두 번째로 발견돼 다음날 부산 해운대백병원으로 이송됐다. 발인은 13일 오전으로 예정됐다.
고신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앞서 지난 9일 발견된 금성호의 갑판장 이모(60대·남)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금성호 침몰 사고의 실종자 중 처음으로 발견된 이씨는 사하구에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선적의 대형선망 본선인 135금성호는 지난 8일 오전 4시 30분쯤 제주 비양도 북서쪽 24㎞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승선원 27명 가운데 한국인 4명을 비롯해 13명이 구조됐고, 한국인 2명은 사망했다. 실종자 12명 가운데 2명이 시신으로 발견된 가운데 나머지 실종자 수색을 위해 해경과 군, 소방 등 인력 500여 명이 투입돼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