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선물 투자 사이트를 만들어 1천억 원대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은 자본시장법 위반(무허가 시장개설행위금지)과 도박장소등개설 혐의로 36명을 붙잡아 폭력조직 출신 A씨 등 10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2022년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선물거래소 형태로 위장한 1130억 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11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주범 10여 명은 인천과 캄보디아, 베트남 등 국내외에 사무실을 마련 한 뒤 주식 전문가를 사칭해 이른바 '주식리딩방'을 운영하며 회원 6270명을 모집했다.
A씨 일당은 이 대화방에서 선물 거래로 큰 수익을 낸 것처럼 위장해 불법 선물거래소 사이트 가입을 유도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들은 미국이나 홍콩 등 해외 선물 지수 등락과 연동되는 자체 HTS(Home Trading System)를 만들어 불법 선물 거래 사이트를 운영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실제 선물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자체적인 투자금을 판돈으로 지수 등락 여부에 따라 돈을 얻거나 잃는 사실상 '불법 도박장'으로 운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계좌당 30만 원씩, 최대 50계좌에 예치금을 넣은 뒤 선물 거래와 유사한 방식으로 지수 등락 여부에 돈을 거는 방식으로, 선물 거래의 '형태'만 가졌을 뿐 명백한 불법 도박 사이트라고 경찰은 강조했다.
또 정식 투자 선물 거래소의 경우 수수료를 수익으로 하지만 A씨 일당이 만든 불법 사이트는 투자자가 잃은 돈을 수익으로 인출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사이트 안에서 높은 수익을 낸 회원 등은 '블랙리스트'로 분류한 뒤 사이트에서 탈퇴시키거나 접속을 막은 사실도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여기에 걸린 판돈은 모두 11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투자자는 최대 10억 원에 달하는 돈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선물 지수 등락에 '배팅'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은 상승장과 하락장에 배팅해 이를 맞힐 경우 조직이 수익금을 지급하고, 틀릴 경우 조직이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라며 "매수, 매도자가 거래를 하고 거래소는 수수료만 받아가는 실제 거래소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총책 역할을 한 A씨는 경남의 한 폭력조직에 속한 20~30대 조직원을 고용해 범행에 사용할 대포통장이나 대포폰 명의자를 모집하고 자금 세탁 등에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벌어들인 돈은 고가의 수입차나 명품 구매에 사용하거나 도박이나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외로 도주한 3명에 대한 인터폴 공조 수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범죄수익금을 압수하고 자금을 추적해 환수 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수익을 미끼로 거액의 증거금 없이 쉽게 선물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불법 광고를 조심해야 한다"며 "불법 선물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도박 행위자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