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를 이끌어갈 대한체육회 수장을 뽑는 선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 체육회 강태선 회장(75)도 출마를 선언해 벌써 6명이 도전 의사를 밝혔다.
강 회장은 1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출마 선언 기자 회견을 열었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6좌 완등을 이룬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참석해 강 회장을 지지했다.
이날 강 회장은 "우리 체육계는 갈등 속에 혼란이 이어지고 있고,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체육계가 불신과 불통의 늪에 빠져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이런 현실을 바로 잡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스포츠, 국민과 함께하는 체육회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제주도 출신 강 회장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대한체육회 이사 등을 역임했고, 지난 2022년 12월 제35대 서울시체육회장에 당선됐다. 블랙야크 회장과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장 등을 맡아 산악 스포츠 발전을 힘을 써왔다.
강 회장은 공약으로 ▲ 공정한 스포츠 시스템 구축 ▲ 학교 체육-생활 체육-전문 체육 선순환적 발전을 위한 재정 안정화 ▲ 열악한 환경의 선수 및 지도자 처우 개선 ▲ 글로벌 메가 스포츠 이벤트 유치 통한 스포츠 선진국으로서 위상 제고 등을 제시했다. 특히 2036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통한 체육계 일자리 창출, 경제 발전을 강조했다.
현재 체육회장 선거에는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신욱(69) 단국대 명예 교수, 김용주(63)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55)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강 회장은 살짝 늦게 선거에 뛰어든 모양새다.
여기에 현 이기흥 회장도 3선 의지를 보인 가운데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12일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현행 체육회 정관상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세 번째로 연임하려면 스포츠공정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회장이 11일 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전격 직무 정지 통보를 받은 게 변수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 복무 점검단은 이 회장에 대해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하지만 체육계에서는 이 회장이 스포츠 공정위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정위가 체육회에 대체로 우호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까닭이다.
만약 이 회장이 출마한다면 이른바 범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권 교체'는 사실상 어렵다. 지난 2번의 선거에서 이 회장은 다른 후보들의 난립에 따라 당선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유승민 전 회장과 강신욱 교수도 CBS노컷뉴스에 "단일화에 대해서는 항상 열려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도 단일화 질문에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단일화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환경이 변화되고 시기가 적절할 때 고민은 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회장의 출마 여부에 따른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이 회장의 출마 여부를 알 수가 없고, 확률도 그렇다"면서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데 더 고민해서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특히 강 회장은 전문 경영인의 강점을 내세웠다. 강 회장은 "2036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해서 고민하고 있는 선수, 지도자 등 체육계의 일자리를 만들어가겠다"면서 "지방도 외국에서 전지 훈련을 오면서 관광까지 선순환돼서 경제 전반이 살아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 체육회, 종목 단체 관계자들이 예산, 지출, 행사 계획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하겠다"면서 "경영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차별성"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정부와 교감에 대해서 강 회장은 "교감은 없었고, 소신껏 출마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마인드로 정부 담당자든 종목 단체 관계자든, 선수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차곡차곡 풀어갈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한국 체육을 이끌어갈 수장은 누가 될까. 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