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골프 라운딩을 위해 태릉체력단련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CBS노컷뉴스 취재진에 포착됐다. 김건희 여사 문제로 사과를 포함한 기자회견을 했던 지난 7일로부터 이틀 뒤 토요일 있었던 일이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당일 서울 노원구의 태릉체력단련장(태릉CC)을 찾았다. 오후 1시쯤 방문해서 4시간 가량 골프 라운딩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릉CC는 군(軍) 복지시설로 현역 군인뿐 아니라 전역한 군인, 일반 시민들도 이용 가능한 골프장이다.
대통령 경호처 소속 직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인사는 취재진과의 접촉에서 "경호상의 이유로 취재를 중단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취재진은 요청을 수락하고 현장 취재를 중단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담화에서 경기와 물가를 걱정하며 "국민 여러분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저의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런데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취임 이후 첫 공식 사과를 한 바 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365일 24시간 노심초사하면서, 국민들도 열심히 일하고 힘드시지만 저 역시도 24시간 국민의 삶을 챙기는 것이 대통령의 어깨에 놓인 책무라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비록 휴일에 벌어진 일이지만, 대국민사과 직후 골프를 쳤다는 사실에 "대통령의 자리가 한가한 것이냐"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CBS노컷뉴스 취재 바로 다음날 윤 대통령이 2016년 이후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는 사실을 알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주위의 조언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과의 '골프 외교'를 위해 최근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골프광'임을 감안해 외교 행사를 대비해 골프 연습에 나섰는데, 한남동 관저에는 골프 연습 시설이 없어 모처에서 연습 중이라는 것이다.
그 '모처'가 군 골프 시설이자 일반인도 이용하는 태릉CC였던 셈이다. 윤 대통령이 라운딩을 진행한 당일 노원경찰서 등이 교통 지원에 나섰다. 교통 신호 체계를 조정하는 장면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8년 만의 연습이라고 하기엔 교통 체증을 포함한 큰 대가가 따랐다.
대통령실이 골프를 친 이유로 '트럼프 당선인과의 친교'를 들었지만, 구실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야당으로부터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골프라운딩에 대해 몇 개월 전부터 제보를 근거로 문제삼아온 바 있다. 일례로 지난 9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질의 도중 "올해 8월 19일부터 29일까지 UFS 연습 기간이었고 24일은 부천 호텔 화재 사건의 사망자 추도기간이었다"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24일 성남 한성대, 31일 서울 태릉, 9월 7일 남수원 골프장에서 기존 예약자를 물리치고 골프를 쳤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대통령이 골프를 10년 이상 안치셨다고 나왔고, 김건희 여사도 골프를 칠지 모른다고 하는데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느냐"라며 김 국방장관에게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지의 여부를 다시 묻기도 했다. 김 장관은 "확인 못하겠다"고 답했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출범 분석 끝에 나온 대응이 고작 골프 연습이라니, 실망을 넘어 실소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보와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한 지금, 대통령이 국가 미래를 위한 깊이 있는 전략을 세우는 대신 골프채를 휘두르는 데 공을 들이겠다니 귀를 의심하게 한다"며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대미 외교를 코미디로 만들지 말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태릉CC 방문과 야당의 골프라운딩 제보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CBS노컷뉴스의 질의에 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