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와 연결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한 파장이 노동·시민단체들의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로 표면화 되고 있는 가운데, 집회 주도 단체들에 대한 경찰의 고강도 수사도 이어지면서 양측의 긴장도 고조되는 기류다.
특히 경찰은 주말인 지난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도로 진행된 현 정권 퇴진 촉구 집회에서 경찰관 폭행 등 불법행위가 이뤄졌다며 조합원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11일 신청했고, 민주노총 집행부에 대한 내사 착수 사실도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은 당시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시도하다가 충돌이 벌어졌다며 경찰청장 사퇴를 요구하며 반발했고, 야당도 이런 비판에 힘을 실으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반작용도 커지는 모양새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은 전날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민주노총 조합원 5명과 집회에 참여한 일반인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들 중 조합원 4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선 혐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봤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3시쯤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9일 민주노총 등이 주도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을 수차례 밀며 허가 받지 않은 차로를 점거해 교통 통행을 방해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다. 서울청 관계자는 "경찰관 폭행 등 혐의가 중한 대상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집회 현장에서 체포된 11명 가운데 이번 영장 신청 대상에선 빠진 5명에 대한 구속 수사 방침을 묻는 질문에는 "가정적 상황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민주노총 조합원 뿐 아니라 양경수 위원장 등 집행부 7명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집회 당일 행동이 윗선의 지시를 받아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볼 때 민주노총 등이 불법행위를 사전에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대응에 강하게 반발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평화집회 폭력난입 경찰청장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양경수 위원장은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애초 경찰이 집회 예상 인원에 비해 협소한 공간 만을 허가했고, 사전에 민주노총과 협의한 내용과 다르게 현장에서 공무를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경찰 측에 집회 장소를 넓혀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전 협의 과정에서 경찰은) 집회 당일 인근에서 보수단체 집회를 열린다는 이유로 우회로를 이용해 본 대회로 진입해 달라고 했다"며 "사전에 승인된 경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음에도 경찰이 집회 인원을 막아 세웠다"고 했다.
현 정권 비판 장외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야당도 "폭력 경찰"이라는 표현으로 노동계 반발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토요일 경찰의 행태가 참으로 우려스럽다"며 "80년대 폭력을 유발하는 폭력 경찰의 모습이 떠올랐다. 경찰 스스로 때문은 아니고 누군가 지휘하지 않았겠나"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이날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야당 측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경찰의 모습은 일방적이었고 공정하지 못했다"며 "보수집회는 호텔식으로 보장해주고, 진보집회는 땅바닥에 버려진 시민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조지호 경찰청장은 경찰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조 청장은 행안위 회의에 출석해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시민들의 불편도 고려했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법 행위를 제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회가) 묵과할 수 없는 불법 행위로 변질돼 일반 시민이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이면 공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다만 경찰과 집회 참가자가 부상을 입은 데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끼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조 청장은 이번 집회에 대응하다가 경찰 105명이 부상 당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11월 20일과 12월 7일에도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서 "강력한 저항"을 언급하며 '강 대 강' 집회를 예고했다. 20일 2차 총궐기 집회에서 이들의 정부 규탄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찰이 신청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될 지 여부도 투쟁 수위를 가늠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편 경찰은 민주노총과 마찬가지로 정권 퇴진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촛불행동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회원 명단 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단체가 2021년 9월부터 기부금품 모집 등록 없이 3년 간 3억 4천여만 원의 후원금을 모집했다고 보고, 기부금품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사건 수사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1천만 원 이상의 금액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법률에 규정된 '기부금품 모집‧사용 계획서'를 작성해 관할 등록청에 등록해야 한다.
촛불행동 측은 이번 수사를 두고 '이례적인 수사'라고 반발했다. 촛불행동 측 법률 대리인인 이제일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 종로경찰서가) 2022년 10월 초에 피고발인을 불러 조사했고,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는 단계였는데 올해 여름쯤 서울경찰청으로 사건이 넘어갔다"며 "(경찰이) 세부적으로 회비 이외 돈이 1천만 원을 넘는 지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이 사건 관련 판례들을 보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법원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