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아동, 훈육 중 다리골절에 지연치료까지" 어린이집 경찰 수사

강원 원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정강이가 골절돼 입원 치료를 받은 B(3)군의 모습. 피해 아동 부모 제공

강원 원주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세 살 아동이 교사의 훈육 과정에서 정강이가 부러지는 등 전치 14주 진단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피해 아동 부모는 어린이집이 자녀의 골절 사실을 뒤늦게 통보하고 신고를 막기에 급급했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달 23일 원주의 한 어린이집 교사 A씨는 피해 아동 B(3)군이 장난감으로 다른 친구의 머리를 때리려 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해 서 있던 B군을 강제로 앉혔다.

옆 반 교사인 A씨는 담임 교사가 원아들의 소변 교육을 위해 화장실로 자리를 잠깐 옮긴 사이 아이들을 대신 돌보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쓰러진 B군이 다리를 붙잡고 소리내어 울자 담임 교사가 원장 C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피해 아동은 곧바로 병원에 갈 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교육으로 외부 일정이 있던 원장 C씨가 올 때 까지 기다리라고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C씨가 도착하고 나서야 인근 병원에 간 B군은 골절 진단을 받고 깁스를 한 뒤 다시 어린이집에 돌아왔고 피해 아동 부모는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이 같은 사실을 어린이집으로부터 듣게 됐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이가 다리가 부러졌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어린이집에 가보니 깁스하고 자고 있는 아이를 보니 억장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아이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부모에게 곧장 알리지 않은 사실을 따져 묻자 되려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피해 아동 부모는 주장했다.

"어린이집에서 '단순 타박상일 것이다','어머님의 일이 워낙 바쁘셔서 그랬다'고 말을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며 "진료한 병원에 다시 가서 확인해보겠다고 하자 아이가 걱정된다며 같이 가고 싶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만했다"고 전했다. 

강원 원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정강이가 골절돼 입원 치료를 받은 B(3)군의 X-RAY사진. 피해 아동 부모 제공

B군의 부모는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상급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전치 14주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경골 몸통의 기타 골절, 폐쇄성'이라는 진단명과 의사 소견에도 망연자실했다.

피해자 측은 "의사가 어떤 힘으로 아이를 눌렀길래 정강이 큰 뼈가 부러지냐. 오히려 학대 아니냐는 말을 했다"며 "성인이 돼서도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B군은 약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통깁스를 한 채로 자택에서 통원 치료를 하고 있다.

몸무게가 약 14~15㎏에 달했던 B군은 사건 약 3주도 되지 않아 1㎏ 넘게 빠졌으며 B군 부모는 집을 내놓고 이사를 준비 중이다.

원장과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는 수차례 피해 아동 부모는 물론 B군 모친의 부모까지 찾아가 합의금을 건네며 합의를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B군의 모친은 "홍삼을 가져오거나 한우세트를 가져오고 저희 부모님 가게에도 찾아가 현금을 건네며 합의를 요구했다"며 "아버지께서 '손주 다리가 부러졌는데 장난하는 거냐'라며 돌려보내셨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 병원 진단서. 피해 아동 부모 제공

피해 아동 부모 측은 어린이집 CCTV 원본 공개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미칠 영향에 대한 진정성 있는 책임을 다하기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 어머니는 "지금 현재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저희 아이와 같이 똑같이 대처한다면 어떻게 믿고 아이들을 맡기겠냐"며 "당사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랬을 뿐인데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사 A씨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B군이 장난감을 가지고 가까이 와서 손을 높이 들었다"며 "다른 아이가 정말 맞을 것 같아 행동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두 팔을 잡고 앉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너무 죄송하다. 진심어린 사과를 다시 한 번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직후 어린이집을 그만 둔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시도한 끝에 원장 C씨는 "아직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았다. 언급할 답변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아동보육시설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원주시는 지난 주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상태며 추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피해 아동 부모의 신고를 접수받은 강원경찰청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관련자들을 입건하고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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