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라(T-ARA)의 집단 따돌림(왕따) 사건이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김광수 MBK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본인의 40년 엔터 인생 가운데 가장 힘들었고 후회되는 사건이라고 직접 언급하면서다. 불화나 집단 괴롭힘은 없었고 티아라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 김 대표는 티아라에게 미안하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반면 당사자인 화영(류화영)은 티아라 멤버들로부터 폭행·폭언을 당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가지고 있다며 맞섰다.
화영이 티아라 다른 멤버들로부터 따돌림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2012년 7월이다. 화영은 MBC '쇼! 음악중심'에서 다리를 접질려, 그해 7월 25~26일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때 '데이 바이 데이'(DAY BY DAY) 한 곡 무대에만 참여했다.
공연기간 티아라 은정은 트위터에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의지가 사람을 만들 수도 있는 건데… 에휴 안타깝다. 자신의 옆 사람들을 돌볼 줄 알아야지"라고, 지연은 "의지의 차이, 개념 있게, 항상 겸손하기, 연기 천재 박수를 드려요"라고 글을 올렸다. 소연은 "의지+예의+배려의 차이, 오늘도 우리 힘내자구"라고, 효민은 "의지의 차이. 우리 모두 의지를 갖고 파이팅!"이라고 썼으며, 보람은 효민 글을 리트윗(재게시)했다.
그러자 화영은 "때로는 의지만으로도 무리일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좋은 의미가 담긴 하늘의 뜻이라 믿는다, 하느님은 다 아시죠? 훗"이라고 썼다. 화영의 쌍둥이 언니인 효영(류효영)도 "아무리 누가 뭐래도 류 너는 헤쳐 나갈 수 있어. 얼굴이 예쁘면 뭐 하니, 마음이 예뻐야지. 아픈 사람은 사람도 아니니. 나도 아프다. 울고 싶네"라는 글로 동조했다.
큐리와 아름을 제외한 멤버가 부상으로 무대에 못 선 화영을 겨냥한 듯한 글을 올리고, 화영이 반박하는 모양새가 되자 '티아라 집단 괴롭힘' 의혹은 빠르게 확산했다. 7월 30일, 티아라 소속사였던 코어콘텐츠미디어는 화영의 팀 탈퇴를 알리며 "자유계약 가수 신분으로 조건 없이 계약 해지한다"라고 알렸다.
김 대표는 "티아라 데뷔 초 은정 왕따설, 소연 왕따설, 보람 왕따설 등등 많은 왕따설로 곤욕을 치렀지만 그것은 단지 어린 친구들의 질투에서 빚어졌던 일로 하루 이틀을 넘기지 않은 미묘한 다툼이었을 뿐 곧 서로 화합을 해 나갔다"라며 "티아라 멤버들과 화영과는 멤버 간의 불화설이나 왕따설은 전혀 없었으며 사실과 무관함을 거듭 말씀드린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티아라가 이야기하는 의지의 차이는 콘서트 무대에 올라가고 올라가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이 아니었다"라며 " 티아라는 8명 개인의 티아라보다는 팀워크를 더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19명 스태프들의 의견을 존중했고, 더 이상 힘들어하는 스태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멤버들과 스태프가 화영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판단해 팀을 탈퇴한다는 뉘앙스를 노출한 것이다. 화영은 계약 해지 발표 당일에 "진실 없는 사실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올림픽 기간 중이었음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지라, 확인되지 않은 주장 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티아라 댄서팀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화영이 안무를 틀리자 티아라 멤버들이 대놓고 비난했으며 지연이 화영의 뺨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속사와 댄서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탈퇴 발표 다음 날인 7월 31일, 화영은 트위터에 "팬 여러분 이제껏 사랑해 주셨는데 실망만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이제 그만 멈춰주시고 앞으로 더 성숙하고 발전된 모습들을 기대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김 대표는 화영이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언니 효영과 함께 이날 자신을 찾아왔다며 "둘 다 손가락 길이만 다를 뿐 모두 다 같은 내 자식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영과 티아라가 아파하는 모습에 나 또한 아프고 슬프다"라며 "어느 공간에 있든 화영이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몇 차례의 해명에도 티아라를 향한 성난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티진요'(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가 등장하고 티아라 해체 서명 운동이 벌어질 정도였다. 이에 김 대표는 8월 4일 "티아라 화영의 계약 해지 발표로 인하여 많은 분들에게 석연찮은 설명으로 오해가 오해로 이어져 결국엔 왕따설까지 번지게 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저는 앞으로 더욱더 신중하고 경솔하지 않고 대중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자필 편지로 사과했다.
집단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후 티아라가 맞은 후폭풍은 거셌다. 연기를 병행했던 은정은 그해 8월 말 SBS 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하차했다. 화영은 "티아라 활동을 하면서 멤버들과 의견 차이로 인해 대립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왕따설이 돌고 상황이 악화돼 마음 아팠다"라고 "한솥밥을 먹고 지내며 행복했던 날들도 있었기에 지난 일은 잊고 이젠 다시 웃는 얼굴로 서로를 응원하며 지내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티아라 역시 8월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긴 사과문을 올렸다. 티아라는 "멤버 간의 의견 차이를 저희 안에서 풀지 못하고 개인적인 문제를 공개적인 공간에 드러냈던 것은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 경솔하게 행동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일순간의 행동으로 함께했던 좋았던 시간마저 나쁘게 비춰지는 모습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라고 밝혔다.
이어 "왕따라는 오해를 받으며 힘들어했을 화영이에게도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원치도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에 저희 또한 많이 놀랐고 이제는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제는 더 이상 화영이에게도 상처받는 일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실망시켜드린 분들께 걱정보다는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알렸다.
그 후로도 티아라는 여러 방송과 인터뷰 등을 통해 '집단 괴롭힘'은 없었다는 일관된 입장을 폈다. 은정은 2015년 4월 28일 '4가지쇼'에 출연해 "진실이 아닌 것들이 많다"라면서도 "다 공개할 수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라고 억울함을 표출했다.
화영과 효영 자매는 2017년 2월 8일 tvN '현장 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심경을 밝혔다. 화영은 "많이 안타깝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자들끼리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라며 "멤버들도 미숙했던 나이였고, 나도 성인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가수 생활만 하느라 사회생활을 잘 몰랐다"라고도 했다.
12년 전 사건을 다시금 화제에 올린 것은 김 대표였다. 김 대표는 지난 9일 MBN '가보자GO'에 나와 엔터 인생 40년 중 "최고 후회"되는 일이 바로 '티아라 왕따 사건'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그는 △화영이 부상으로 팀 활동에 지장을 주고도 다른 멤버들에게 사과하지 않아 멤버들이 사과를 요구했으며 △티아라 부모님까지 와서 진실을 공개하자고 했으나 어린 화영-효영의 인생은 어떡하냐고 하다가 본인이 오히려 당했고 △티아라는 잘못이 없기에 방송 활동을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티아라 멤버들을 만나면 미안해서 많이 운다고 밝힌 김 대표는 "엔터 40년 하면서 고거 하나가 지금도 걔네들한테 최고 미안하다. 이 아이들이 더 전성기로 갈 수 있었는데"라며 방송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 이후, 화영은 10일 인스타그램 글을 통해 본인이 티아라 멤버들로부터 폭행·폭언을 비롯해 집단 따돌림당한 것은 사실이며, 따라서 '피해자 흉내'를 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발목 부상 후 멤버들에게 여러 차례 사과했고, 갈등 상황에서 오히려 사과받지 못한 것은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계약 해지 당시에도 괴롭힘을 당했다는 여러 증거를 가지고 있었지만, 김 대표가 효영도 계약 해지를 해 주겠다고 제안해 함구했다고 부연했다.
화영은 "티아라 멤버들은 여러 예능에 나와 왕따 시킨 적이 없다며 사실과는 다른 입장 표명으로 따돌림 사건을 본인들끼리만 일단락시켰다"라며 "40년 넘게 연예계에서 꾸준히 영향력 있는 대표님과 싸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당시의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언니 효영 역시 11일 인스타그램에 글을 써 화영이 따돌림당한 건 사실이라며 "동생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려던 결과가 저의 문자사건"이라고 전했다. 티아라 멤버였던 아름에게 욕설 섞인 문자를 보낸 것을 두고, 효영은 "스스로도 어리석었다 생각하고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아름이에게 보냈던 문자에 대해서는 일전에 사과했지만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라며 "손 놓고 가만히 있기에는 동생이 나쁜 선택을 해버릴까 봐 겁이 났다.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리고 부족했던 저의 최선"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 대표는 화영의 반박과 관련해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티아라 멤버들도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