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첫날에 벌써부터 지대한 관심이 쏠린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 등에서 "바이든 정부가 하지 않고 있는 국경 장벽을 세우고, 석유를 시추하고 싶다"며 "독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취임 첫날에만"이라는 단서를 붙여 궁지에서 벗어났지만, 내년 1월 20일 취임 첫날 다수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그의 야심찬 계획이 톱니바퀴마냥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직후인 지난 7일(현지시간) NBC와의 인터뷰에서도 '불법 이민자 추방' 문제를 우선시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트럼프측근들도 "취임 첫날 일정의 대부분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뒤집는 것에 집중될 것"이라며 "이는 의회의 도움도 필요없고, 행정명령만으로도 이민 정책을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가안보통계청에 따르면 미국 내 불법 이민자는 약 1,100만명(2022년 1월 기준)으로 추산된다. 라틴계 등 저소득층 근로자에게 이들은 동질감 보다는 일자리를 놓고 다퉈야하는 경쟁자라는 인식이 크다.
이번 대선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이 대거 트럼프에 몰린 이유도 이런 배경이 깔린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망명 신청자들이 미국 법원에서 사건이 처리될 때까지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서 기다려야하는 '멕시코 머무르기'가 취임 첫날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남부 국경 장벽 건설이 재개되고, 불법 이민자의 자녀에게는 '출생 시민권' 부여가 중단될 수 있다. 출생 시민권 문제는 헌법 사항이라 법원의 제동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1.6 의사당 난입사태'와 관련해서는 일단 기소된 1,000여명 중 상당수를 사면할 개연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폭동이 아닌 '애국적 행동'이었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결과 전복 시도와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로 자신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를 신속하게 해고하겠다는 뜻도 이미 밝힌 바 있다.
특별 검사를 임명하고 해고할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법무부 장관에게 있기 때문에 이는 레토릭(수사)에 가깝지만, 새로 임명된 법무장관을 통해 자신에 대한 연방 소송을 모두 기각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에 관여한 모든 장군의 사임을 '취임식 날 정오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행한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둘러싼 혼란상으로 미군이 숨지고 동맹국이 버림 받는 등 미국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보고 있다.
군 장성에 대한 대규모 사임 압박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군사·외교 정책이 크게 전환될 것이란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국가 안보 실패에 대한 책임과 그에 따른 결과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연방 공무원 해고를 쉽게 하는 '스케줄 F'도 재추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여러 차례 비대해진 '연방 공무원'에 대한 감원을 주장했고, 이는 자연스레 '바이든 색깔 지우기'로 이어질 수 있다.
유엔 기후 변화 협약의 목적을 이행하는 국제 조약인 '파리 기후 협정'도 다시 탈퇴할 공산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에 탈퇴한 해당 협정에 다시 가입한 바 있다.
교육 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트랜스젠더 학생 보호 정책도 사라질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처음으로 다루는 '타이틀 9'(Title IX)에 대한 최종 변경 사항을 공개한 바 있다.
트랜스젠더 직원들의 차별을 금지한 2020년 대법원의 판결을 교육 현장에도 적용키로 한 것으로, 이에 따라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자신들의 성 지향성에 맞춰 화장실 및 샤워 시설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일부 공화당 성향 주(州)법들이 무력화됐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한 이러한 보호를 철회할 계획이다.
트럼프캠프측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트랜스젠더' 관련 광고에만 수백억을 쏟아넣었다.
해당 광고는 트랜스젠더 수감자의 성전환 수술에 초점을 맞췄는데,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019년 "트랜스젠더 수감자가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광고에는 '해리스는 트랜스젠더를 위하고, 트럼프는 당신을 위한다'라고 말하며 중도층의 표심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