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 맞은 尹, 트럼프 2기 대응 점검…'리스크'를 '기회'로

尹,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 회의…임기 반환점 '첫 일정'
금융·통상·산업 회의체 가동…"공무원들 직접 기업 현장 가서 소통하라"
핵 기반 한미 동맹 발전, 북한 억지력 유지
관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우크라 전쟁 등 정책 '불확실성' 증가
尹, 트럼프 만남 앞두고 8년 만에 골프채 잡아…'케미'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와 안보 등 주요 분야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먼저 경제 부분에서 금융·통상·산업 회의체를 즉시 가동하고, 기업을 적극 뒷받침하기로 했다. 안보 부분에선 핵 기반 한미 동맹 발전과 북한 억지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관세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수위 등에 대한 정책 '변수'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정부는 리스크와 기회 요인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임기 반환점 맞은 尹, 첫 일정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대응 회의

윤 대통령은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 회의'를 약 110분 간 주재했다. 임기 반환점을 맞은 이날 첫 공식 일정으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적극 대비해 국익을 챙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경제부총리를 컨트롤 타워로 하는 금융, 통상, 산업 3대 분야의 회의체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며 "시장을 점검하고, 빈틈 없이 대비해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만큼, 공무원들이 직접 기업 관계자를 만나 소통하라고도 주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책 당국자들이 책상에 앉아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하는 대응이 아니라, 실제 현장 속에서 얘기를 듣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조선업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AI(인공지능), 첨단 바이오, 양자(quantum·퀀텀) 등 미래 전략 산업 교류가 더 발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조선업에서 우리나라와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가 화석 연료에 대해 유연한 정책을 쓸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의 석유 화학 분야 역시 침체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선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해서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고, 서로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제대로 된 평화와 번영의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면밀하게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북한 비핵화 목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핵 기반 한미동맹을 발전시키겠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또 '담대한 구상'과 '8·15 통일 독트린'에 기반한 우리 대북정책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수립 과정에 잘 융합될 수 있도록 협의할 방침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안보를 이끌어갈 백악관 참모진을 포함한 주요 포스트 인선이 완성되기 전에라도 주요 현안별 쟁점을 짚어보고 대비책을 미리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에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가능하면 내년 1월 20일 미 대통령 취임 전에 만남을 성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골프광'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해 2016년 이후 8년 만에 골프 연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조언에 따른 것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첫 임기 당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골프를 매개로 트럼프 당선인과 친분을 쌓은 것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우정을 어떻게 다져나갈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의 여야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트럼프 당선인과 '케미(chemistry·조화나 호흡)가 맞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별문제 없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6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야구장에서 열린 메이저리거 참여 어린이 야구교실에서 직접 타격해 보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尹, 트럼프 만남 앞두고 8년 만에 골프채 잡아…'리스크'를 '기회'로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불확실성'은 커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관세 부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기조 등이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겠다며 중국산 수입품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중국 외 국가에서 들여온 수입품에는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연세대 경제학부 김정식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고 수출을 규제하면 우리 수출이 줄면서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트럼프 1기 집권 때도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 관세 인상은 무역수지 악화, 성장률 둔화, 환율을 높일 요인"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관세 같은 경우에는 미국 내 경제 전문가, 공화당 내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다"며 "인플레이션 같은 영향들의 논란이 있기 때문에 단언해서 이런 정책이 실시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라고 예상했다. 이어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경우에는 미국 시장 내에서 미국산 제품에 비해 상대적인 경쟁력 약화로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미국 조치의 대상, 범위, 내용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되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을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원) 수준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한미가 합의한 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서는 2026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오른 1조5192억원으로 정했다. 또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마무리한 제12차 한미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의 결과는 양국이 치열한 협상을 통해 미국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고 우리도 개선했다고 생각하는 결과"라며 "양국의 호혜적인 이익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을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따라 우리 정부는 무기 제공 검토, 모니터링단 파견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금방 종식하겠다고 밝혀, 우리 정부는 전쟁 개입 수준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통령실은 대북 억지력 및 한반도 안보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이든 정부보단 조기 종결 쪽으로 가려고 하고 우리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기조 수정은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도 "어떤 면에서 보면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기회가 될 요인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은 '기회' 요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미국 신(新)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불확실성과 도전 과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기회 요인도 많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하는 것에 따라 수시로 직접 주재하는 회의를 열고 상황을 챙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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