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과' 이후론 '보수 결집'…한동훈 '리더십' 향배는?

韓, 연일 이재명 겨냥 "재판 생중계·판사 겁박 안 돼"
尹 회견에는 "이제 실천…특별감찰관 추진" 외에 평가 '전무'
與, 14일 특별감찰관 의총…같은날 김 여사 특검법 본회의 상정
단순 반대 어려운 與, 韓 띄우고 尹 동의한 특감관에 힘 실려
전면 결집으로 정국 돌파하려는 韓, '이탈 표' 단속 관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여권(與圈) 내부로 향했던 '차별화' 목소리 대신 외부에 있는 야당 비판에만 쏟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기존에 언급했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추진'만 꺼냈을 뿐 비판을 피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는 지난 주말 내내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이번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본회의 상정과 '특별감찰관 의원총회', 오는 15일 이 대표의 1심 재판 선고 등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전면에 나서 보수 진영을 결집하고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일관되게 '특검 반대' 입장이기 때문에 여당의 이탈표 역시 단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단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방식은 지지율 하락과 연동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성패가 불투명하다.
 

韓, '재판 생중계' 요구에 野 집회 비판…尹 비판은 사라져

한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무죄라면 '판사 겁박 무력시위' 대신 '재판 생중계'를 하자고 해야 한다"며 "만약 죄가 없어서 무죄라면 재판 생중계만큼 이 대표와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는 이벤트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가 '재판 생중계'를 압박한 것은 지난 7일에 이어 두 번째다.

또 한 대표는 "자신들이 유죄라고 생각하니 유죄를 무죄로 바꾸라고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라며 지난주부터 이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장외 집회도 비판했다. 전날에도 한 대표는 "'민주당 기대와 달리, 이 정도 무력시위로 명백한 유죄를 무죄로 바꾸게 하는 판사 겁박 안 된다"고 적었다. 지난 8일에도 "겁박에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성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온 힘을 모아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성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오는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의 행태를 부정적으로 부각시키며 '여론전'에 나서는 것이다. 유죄 판결이 나왔을 때,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반면,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사라졌다. 앞서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당내에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한 대표는 회견 다음날 8일 구체적 평가 없이 "이제 중요한 것은 '민심에 맞는 수준으로 구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당은 즉시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후에도 한 대표는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관련해 친한동훈계의 한 의원은 "당과 정부가 차근차근 풀 수 있는 단추들을 만들어야 하고, 그 시작이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가 된 것"이라며 "공감대가 확인된 만큼 기초적인 것부터 국민께 약속한 것을 풀어가자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특별감찰관 등 한 대표가 꺼냈던 의제에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만큼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로 읽힌다.
 

14일 특감관 의총…보수 결집 속 李 선고 기다리며 특검법 돌파 시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은 오는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한 대표가 띄웠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그날은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상정하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현재 여당 내에서는 계파와 무관하게 특검법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다. 특검 추천에 여당을 배제한 것은 반헌법적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고, 민주당이 다른 협상안을 가지고 오더라도 특검을 '이재명 방탄'과 '윤석열 정권 퇴진'에 활용하려 한다고 보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안 없이 반대하기에는 여권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 반대 명분을 찾기 위해 '특별감찰관 임명'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대안이 윤 대통령의 승인과 당내 추인을 받는다면 불안정했던 리더십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의원총회가 표결로 가서는 안 된다는 데 다들 동의하고 있고, 대통령께서도 임명에 부정적이시지 않기에 갈등 양상 없이 당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며 "임명 절차를 밟는 사이 이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고 대통령실의 추가적인 조치들이 단행되면 정국이 전환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특별감찰관을 매개로 하면서 당을 결집하고, 특검법 정국을 돌파하려 하는 한 대표의 리더십은 11월 내에 이뤄질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때,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탈표는 지난 2월 첫 번째 특검법 재표결에서 최소 1표, 지난달 4일 두 번째 특검법 재표결에서 최소 4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8표 이상 이탈이 생기면 김 여사 특검법은 재표결을 통과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한계에서는 부인하지만, 이탈표는 여전히 친한계라는 의심이 짙다"며 "당대표 자신이 모든 사안을 '통할' 한다며 원내 사안에도 가감 없이 의견을 내고 있는데, 전면에 나선 만큼 이탈표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느냐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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