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얼짱'이 또 '당구 여제'의 벽에 막혔다. 차유람(휴온스)이 프로당구(PBA)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다 우승에 빛나는 김가영(하나카드)의 아성에 무릎을 꿇었다.
김가영은 9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24-25' 여자부 4강전에서 차유람을 눌렀다. 세트 스코어 3 대 0(11:0, 11:7, 11:7) 완승으로 결승에 안착했다.
본인의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11회로 늘릴 기회를 얻었다. 김가영은 첫 해외 투어인 '2024 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서 남자부 최강으로 군림했던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과 8승으로 공동 1위에 오른 뒤 4, 5차 투어까지 제패하며 PBA 최초 10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여자부 최장 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김가영은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64강전 이후 개인 투어 23연승을 질주했다. 지난 2020-21시즌 '당구 여신' 이미래(하이원리조트)가 기록한 22연승을 넘었다. 남자부 최장 기록은 쿠드롱(벨기에)이 지난 21-22시즌 세운 23연승이다. 김가영이 1승만 더 하면 남녀부 통틀어 최장 연승 기록 보유자가 된다.
반면 차유람은 또 김가영에 막혀 첫 우승이 무산됐다. 차유람은 벌써 4번이나 김가영과 4강전을 치렀는데 번번이 패했다. 2021-22시즌 NH농협카드 챔피언십 4강에서 김가영에 완패한 차유람은 왕중왕전인 SK렌터카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2 대 4로 졌다.
차유람은 이후 정치에 입문해 잠깐 PBA를 떠났다. 그러다 지난 시즌 막 복귀해 에스와이 오픈에서 4강에 올라 첫 우승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하필 김가영을 만나 완패를 당했다.
절치부심 차유람은 이번 투어에서 챔피언 출신 강호들을 연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32강에서 김예은(웰컴저축은행)를 누른 뒤 16강과 8강에서 일본 출신 사카이 아야코(하나카드), 히다 오리에(SK 렌터카)를 눌렀다.
하지만 또 다시 김가영과 악연(?)을 이겨내지 못했다. 1세트부터 김가영은 2이닝 만에 6 대 0으로 달아난 뒤 3이닝 5점을 몰아쳐 확실하게 차유람의 기를 꺾었다. 2세트에는 7 대 7에서 김가영이 뱅크 샷 2방을 터뜨려 끝냈다. 차유람도 3세트 9이닝 3점을 앞세워 7 대 8로 추격했지만 노련한 김가영이 9이닝 1점, 10이닝 2점을 내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둘은 포켓볼 시절 국가대표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나란히 출전하며 활약했다. 김가영은 아시안게임 은메달 2개를 비롯해 세계선수권대회, US오픈, 차이나 오픈, 암웨이 컵 국제오픈 등 포켓볼 그랜드슬램을 이루며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차유람은 2006년 세계 최고수 자넷 리와 이벤트 경기에서 빼어난 실력과 외모로 '당구 얼짱'으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고, 포켓볼 메이저 대회인 차이나 오픈 등에서 우승했지만 김가영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
3쿠션에서도 마찬가지 형국이다. 둘은 PBA 출범부터 3쿠션으로 전향해 김가영은 최고의 선수로 군림해왔지만 차유람은 결혼과 육아, 방송 활동 등 PBA에 전념하지 못해 실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치에서 복귀한 후 차유람은 PBA 우승을 다부지게 목표로 밝히고 투어에 나섰지만 김가영과 5전 전패 열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가영은 이번 투어에서도 우승하면 4개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른다. 2020-21시즌 이미래의 3회를 넘어 여자부 최장 연승 기록에 도전한다.
결승 상대는 김민영(우리금융캐피탈)이다. 김민영은 임혜원과 4강전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3 대 2(11:10, 11:3, 8:11, 3:11, 9:7)로 꺾고 이겼다. 출범부터 활약해온 김민영은 45번째 투어 만에 첫 우승을 노린다. 둘은 10일 밤 10시부터 7전 4선승제 결승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