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가요계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수식어는 ''불황''이다.
하지만 "모두 불황의 늪에 빠졌다"고 말한다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일. ''불황''을 ''기회''로 역이용한 발빠른 가수와 제작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밴드 러브홀릭(Loveholic)과 클래지콰이(Clazziquai)가 현재 모던록 부분에서 ''선두''라는 데 이견을 보일 사람은 많지 않다.
2003년 ''놀러와''란 발칙한 외침으로 등장한 러브홀릭(강현민, 이재학, 지선)과 2004년 감각적 사운드의 곡 ''내게로 와''로 인기를 얻은 클래지콰이(DJ클래지, 알렉스, 호란)는 주춤하던 모던록 ''바람''을 ''열풍''으로 바꿔놓았다.
물론 두 밴드는 음반 판매량에서 ''대중가수''를 쫓을 수 없지만, 공연 횟수와 동원관객 수로만 보자면 단연 으뜸이다.
유효기간 2~3개월에 불과한 여느 가요들과는 달리 오래두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음악이란 점도 특징. 물론 강남, 홍대 앞 등 클럽에서 유난히 사랑받는 ''앞 선'' 음악이기도 하다.
러브홀릭과 클래지콰이가 장르가 분명한 ''뮤지션''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이 속한 음반기획사 ''플럭서스(FLUXUS) 뮤직''과 김병찬대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버클리 음대 뮤직 프로덕션·엔지니어링 전공한 ''정통파''
김병찬 대표는 자우림을 발탁, 가요계에 안착시킨 장본인이다. 그도 록그룹 부활의 초대 베이시스트로 활동한 뮤지션 출신. 군 제대 후 미국 버클리 음대에 진학해 뮤직 프로덕션과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연주자로 출발한 그가 제작자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귀국 후 작업하는 음악이 재미가 없었는데,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바꾸는 게 빠를 것"이란 결심 때문.
결정 뒤 김대표는 ''난장뮤직''을 이끌며 자우림을 발굴했고 지난 2002년 ''난장뮤직''이 ''T엔터테인먼트''에 인수합병된 뒤 다음(daum) 커뮤니케이션의 투자를 받아 ''플럭서스''를 설립했다.

플럭서스의 목표, ''셀프 프로듀싱'' 할 수 있나
''급진 예술''을 뜻하는 ''플럭서스''로 회사 이름을 정한 김병찬 대표는 "정체되지 않는 흐름과 변화가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러브홀릭, 클래지콰이를 비롯해 일렉트로니카 장르에서는 손꼽히는 밴드 W(배영준, 한재원, 김상훈)와 이승렬 등과 다양한 음악을 펼쳐보이는 중이다.
''플럭서스'' 소속 밴드의 공통점은 ''셀프 프로듀싱''. 러브홀릭의 강현민, 클래지콰이의 DJ클래지, W의 배영준이 중심 프로듀서로서 밴드를 이끌고 있다. 이는 "싱어송 라이터로 셀프 프로듀서를 할 수 있느냐"란 김대표의 생각이 담긴 방향 설정.
"가수에게 프로듀서가 될 길을 열어주는 것 뿐"이라고 자신의 역할을 한정 짓는 김대표는 "직접 각 밴드의 색깔을 정해줄 수 없기 때문에 밴드가 맞는 음악을 찾을 때까지 무작정 놔둔다"고 했다. ''플럭서스'' 소속 밴드의 음반준비기간이 오래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속밴드들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OST 제작
''영상과 어울리는 음악''도 이 밴드들의 독특한 특징. 러브홀릭 1집 타이틀곡 ''놀러와''는 영화, 오락 프로그램의 주제가가 됐고 클래지콰이 1집 수록곡 대부분은 CF 배경음악에 쓰였다. W가 제작한 라디오 로고송은 올해들어 10곡을 훌쩍 넘겼다.
현재 시청률 1위에 오른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OST 작업에 ''플럭서스'' 소속밴드가 모두 참여한 사실도 눈여겨볼 대목. 이는 "각 밴드의 프로듀서들이 서로 공유하는 시장을 만들 것"이란 김병찬대표가 기획한 ''첫'' 시도다.
자존심 강한 뮤지션들을 한 번에 모을 수 있는 작업도 김대표에게는 만만하지 않은 일. "다행히 밴드들의 인성이 좋아 선의의 경쟁을 할 뿐"이라는 설명은 올해 밴드들이 모두 참여하는 자체 콘서트 ''핫라이브 앤드 쿨파티(HOT LIVE & COOL PARTY)''를 두 번이나 진행했음을 감안할 때 헛말은 아니다.

음반시장은 ''디지털 음원시장''과 ''글로벌시장''으로 갈 것
자우림을 시작으로 러브홀릭, 클래지콰이를 시장에 안정시킨 김대표가 내다본 음반시장 방향은 두 가지다. ''디지털 음원시장''과 ''글로벌시장''. 그 중 김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할 생각이다.
대만에서 러브홀릭 음반이 곧 출시되고, 클래지콰이도 다음달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ㆍ일 우정의 해''를 기념 음악제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노린다.
김대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플럭서스 소속 아티스트들이 모두 1집을 발표했고 내년 초까지는 안정적인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한 그는 인터뷰 말미 "시장이 어려울 때 음악제작이 가능한 프로듀서를 양성한 일은 분명히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숨겨놓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기자 dlgofl@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