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8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대통령실 이전을 권유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를 공개했다.
이 녹취에는 명씨가 '당선인이 광화문으로 이전할 모양'이냐는 지인의 질문에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거기란 청와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김 여사에게 대통령 집무실을 기존의 청와대에 유지할 경우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명씨는 "내가 뭐라 했는지 아시나.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라며 "내가 3월 9일이라서 당선된다 그랬다.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 당선이,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함(성득) 교수가 전화 왔다. 진짜 하루 이틀 지났으면 졌겠다' 그랬다"고도 덧붙였다. 대선일이 초봄인 3월 9일이었던 탓에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이길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이후에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 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 김종인 위원장 사무실에서 보니까 15층이라 산중턱에 있는 청와대가 잘 보이더라"며 청와대가 주는 기운이 좋지 않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이어갔다.
민주당에 의하면 이 녹취에 담긴 대화는 대선 이후인 2022년 4월쯤 녹음됐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같은 해 1월 "청와대 부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대통령실을 정부 서울청사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을 고려할 때 명씨의 조언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김 여사 등 핵심 인사와 내밀한 관계였던 명씨가 대선 직후에 했던 발언이라 더 주목된다"며 "명씨의 무속적인 시각과 발언이 김 여사의 관심을 끌었고, 김 여사의 신뢰를 통해 국정 운영에 무속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명씨를 '대통령 경선 초기 잠시 도왔던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설명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며 "명씨에게도 다시 한 번 조언한다. '게이트'로까지 번진 현재 상황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진실 고백뿐이다. 이제 그만 윤 대통령 부부에게서 돌아서서 국민 편에 서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