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 여전히 흔하다지만…'요즘 아빠'들은 다르다네요[박지환의 뉴스톡]

[CBS 창사70주년 특별기획: '아이가 있는 삶, 미래와의 협상']
기성세대와 달리, '육아=내 일'로 생각하는 '요즘 아빠'들 이야기
"임기內 남성육아휴직률 50%" 공언한 尹정부 목표 한참 못 미치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 이상(32%)은 아빠 노동자들
아내 없이도 4둥이 1박 돌봄 '거뜬'…파더링 교육 통해 딸과 친밀도 높이기도
타고난 '완성형' 아빠 없다…양질의 공동육아 위한 육휴·역량강화 기회 확대해야

지난 6월 25일 저녁, 전남 무안 '다둥이네' 아빠인 이부성씨가 돌이 채 안 된 막내 나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다. 엄마 안하늘이씨는 이날 출장으로 집을 비워, 부성씨가 1남 3녀를 홀로 돌봐야 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앵커]
네, CBS는 올해 창사7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가 당면한 최대 현안인 저출생 문제를 심층적으로 짚어보는 연속기획 <아이가 있는 삶, 미래와의 협상>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 1편 '청년 집단토크'에 이어, '케이(K)-육아대디'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CBS는 아내를 도와 육아를 그저 '거드는' 보조자에서 더 나아가 주(主) 양육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들을 지난 몇 달 간 만나봤는데요.

창사기획팀에서 해당 취재 담당한 사회부 이은지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은지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한국도 요즘은 거리를 나가보면, 유모차를 끌고 걸어가는 아빠들을 종종 보게 돼요. 아이 양육은 여성들이 거의 전담한단 뜻에서 '독박육아'란 말이 쓰이곤 있지만 그래도 이전보단 쏠림이 좀 완화된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획팀이 착안한 것도, '요즘 아빠'들은 예전 기성세대 아버지들과는 다르다는 점이었는데요. 일단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맞벌이가 일반화되면서, 남자들도 기본적으로 육아 참여를 당연히 요구받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 급여를 받은 근로자는 12만 6천 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약 2배로 늘었고, 이 중 남성 수급자는 15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올 상반기 기준 육아휴직을 쓰는 노동자 '10명 중 3명' 이상(32.3%)은 아빠들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성근로자가 2배 이상이라 성별 편중은 여전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 남성 육아휴직률을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던 걸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인데요. 적어도 아빠들의 인식은 옛날 같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들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올 4월 기혼남녀 약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6.6%는 내가 생각하는 '요즘 아빠'의 조건으로 '공동육아'를 꼽았고요, 약 30%는 '아빠로서 누리고 싶은 권리'의 핵심으로 '육아시간'을 들었습니다.

또 올해 초 제가 참석한 복지부 주관 저출생 간담회에선, 차관을 향해 '정부가 아예 남성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강제화해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한 아버님도 있었습니다(※관련기사: 둘째 원해도 '못' 낳는 부모들…"남성 육아휴직 강제化해야"(2024.1.9.)).

지난 7월 20일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주최로 열린 '경기도 아빠소리'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경기도 아빠하이!' 참여자. 둘째를 원했던 이철희씨는 자신이 관련 교육을 받고 육아에 더 적극 참여하게 되자, 아내가 복직 후 먼저 둘째 이야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앵커]
그렇군요. 기획팀이 지역까지 두루 다니면서 꽤 여러 아빠들을 만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사례들이 있던가요?

[기자]
네 일단 저희가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은 지난 6월 찾은 전남 무안의 '다둥이네'였는데요. 1남 3녀를 둔 가정인데, 엄마 안하늘이씨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1박 2일 동안 아빠 이부성씨가 굉장히 능숙하게 4남매를 돌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 아이를 갑자기 맡게 되는 남자분들을 보면, 뭘 해줘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이부성씨는 어린이집·학교 픽업부터 아직 돌도 안 된 막내 포함 밥 먹이기, 씻기고 재우기, 달래기 등을 쉼없이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몸에 완전히 밴 루틴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또 단순히 물리적 돌봄뿐 아니라, 아이들의 제각기 다른 성향이나 관심사를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이부성씨는 육아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자 '사는 곳'과 '하는 일'을 수차례 바꾸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또 다시 전남으로 옮겼고 호텔과 디자인회사 등을 거쳐 지금은 대학교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음성으로 직접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인서트: 기자, 이부성씨]
"내가 빨리 더 자리를 잡고 높은 위치로 가는 게 더 좋은 아빠가 되는 게 아닌가, 그런 고민을 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
"네 맞아요."
"그런 고민은 없으셨어요?"
"그런 고민도 있었죠 어느 정도. 계속 지금 직장 옮기고 하는 것도 연봉을 거의 반 정도 줄여서 내려온 거였어요."

[앵커]
연봉까지 깎아가며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게 확실히 달라진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또 일부러 시간을 내 '아빠 수업'을 받는 분들도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획팀은 이부성씨처럼 더 이상 아내의 대체자에 머물지 않으려 하는 아빠들이 처음부터 타고난 '육아만렙'이 아니란 데 주목했습니다. 부성씨도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 밑에서 자란 외아들이라, 성장과정에서 돌봄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던 사례는 아니거든요.

또 요즘 아빠들은 몸으로 시행착오를 겪기 전부터, 아이와 더 잘 소통하기 위해 스스로 교육의 장을 찾아나선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올해 2년째 진행중인 '파더링' 교육을 참관했는데요.

총 60명의 아빠들은 부모양육태도검사(PAT)와 기질검사(TCI) 등을 통해 본인이 양육자로서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봤고요. 두 달 간의 비대면 수업에서 아이를 어떻게 훈육하고 대화해야 하는지 상황별 대응에 대한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배웠습니다.

올해 파더링에 참여한 박의성씨는 판교에서 4살짜리 딸을 하나 키우고 있는데요. 원래 당신과 상반되는 기질의 아이를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아이와의 친밀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서트: 박의성씨]
"이제 엄마가 있어야 이제 무조건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고 그렇다기보다는, 저하고 이제 둘만 있어도 충분히 안정감을 아이가 느끼고 더 같이 있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앵커]
듣다 보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영화 제목이 떠오르네요.

4살짜리 아들 태율이를 키우고 있는 김민태씨는 직장 내 육아 참여도가 낮은 상사들이 남성 직원들의 육아를 두고 '너는 맨날 놀러가냐'는 말을 하는 데 대해 "일부는 동조하고 일부는 부정하긴 한다"며 "(육아가) 일보다 솔직히 더 힘들다"고 말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기자]
네, 사실 엄마도 마찬가지지만 타고난 '완성형' 아빠는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고요. 파더링 교육을 진행한 아동심리 전문가(아동청소년 상담센터 '마음공간' 차효정 소장)는 요즘 아이들은 발달이 빨라져 10살만 넘어도 사춘기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그 이전 시기에 아빠가 충분히 '점수'를 따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끝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CBS의 이번 연속기획은 유튜브 '노컷' 채널과 노컷뉴스를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에도 다른 내용으로 찾아뵐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앵커]
결국 '요즘 아빠'들의 니즈(needs)를 채워주기 위해선 정부가 그만큼 남성들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파더링 같은 역량 강화 기회도 늘려줘야겠네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은지 기자였습니다.


지난 7월 25일 인천 소재 자택에서 큰아들 현준이와 '주식지갑' 동향을 살펴보고 있는 주황영씨. 아들만 둘인 그는 '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인구보건복지협회 '파더링' 교육에 참가했고 일부 자조모임에도 참여 중이다. 이은지 기자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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