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정부 '건폭몰이'에 "정당한 노조활동 방해말라"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라" 권고문 채택
"평화적인 집단 행동, 직장 내 산업안전 문제 제기를 이유로 체포·기소·처벌 발아야"
"정부는 건설업의 고용불안 우려 해결하고, 채용 갈등 방지 위한 조치를 취한 후 관련 정보 제공하라"
노동부 "노조원 채용 요구는 불법행위…적극 해명할 것" 반박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음.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건설노조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라는 UN(국제연합) 전문기구의 권고가 내려졌다.

ILO(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발표한 '408차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건설노조가 2022년 '정부가 불법행위를 바로잡는다는 이유로 사정기관을 동원해 노조를 탄압한다'고 제기한 진정 사건에 대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권고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권고문에서 위원회는 "정부가 건설노조의 행위를 조사하고 결정하는 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법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보장해달라"며 "협상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노조가)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고 단체교섭권을 효과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명확한 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또 "정부가 이번 사건과 같이 평화적인 집단 행동을 조직하고 요구 사항을 협상했다는 이유로, 또는 직장의 산업 안전을 문제삼겠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누구도 체포, 기소, 처벌받지 않도록 보장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더 나아가 위원회는 애초 "노조원의 고용을 단체 협상으로 다루어질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문제"라면서, 이와 관련한 건설업계의 고용 불안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건설업 노동자 및 고용주 대표 조직과 협의하기 시작해 고용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고, 건설 현장의 채용 갈등을 방지할 조치를 취하라"며 "정부가 취한 조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건설노조는 2022년 10월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한국 정부가 ILO 헌장에 있는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반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건설노조는 당시 공정위가 건설노조를 노조가 아닌 '사업자 단체'라면서, 건설현장에서 채용강요·현장 불법 점거·태업 등의 불법행위를 벌인다는 명분으로 건설 노동자를 탄압한다는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건설노조가 소속 조합원의 채용이나 노조의 장비 사용을 건설사에 요구하고, 이를 위해 공사 현장을 점거하거나 건설현장의 법 위반사항을 신고하겠다고 알리는 행위 등이 불법이라고 보고 경찰 수사를 벌이거나 공정위 조사를 벌였다.

반면 건설노조는 이러한 정부의 조치가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을 제한해 결사의 자유 협약을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정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고용이 불안정한 건설현장의 특성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면 일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사 간의 단체협상으로 고용 안정을 보장받으려는 시도까지 불법으로 몰아간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시간, 휴가, 임금이나 노조 개발 기금 창출과 같은 별개의 요구조차도 노조원의 고용 요구와 연관되어 범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단체협상 중 전임 노조 간부들에게 임금 지급을 요구한 사실을 유죄로 만드는 듯하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가 노조의 정당한 행위조차 과도하게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연합뉴스

또 이 과정에서 지난해 노동절인 5월 1일, 고(故)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정부의 '건폭'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한 끝에 숨진 사실을 지적하며 "개탄(deplore)한다"고 강조했다.

ILO의 권고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infringe)했다거나 관련 조치를 촉구(urge)한 것이 아니라, 건설 현장의 채용 불안정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요청(request)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노동부는 "노조의 특정 조합원 채용 요구는 다른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현행법상 불법행위"라며 "이번 결사위가 요청한 내용에 대해서 관계부처와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공식 답변을 통해 추가적인 사실관계 및 그간의 협약이행 노력과 개선 내용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