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공천 개입과 여론조사 조작 등 갖가지 의혹에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서면서 8일 검찰 출석을 하는 명태균(54)씨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명씨는 여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자신의 SNS나 언론사를 취사 선택하며 대응을 해왔는데 이날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어떤 입장을 피력할지 주목된다.
명씨는 이날 오전 10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첫 피의자 조사에 이어 두번째로 9개월 만이다.
명씨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김영선(64)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47)씨를 통해 20여회에 걸쳐 김 전 의원의 세비 9천만 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는다.
명씨는 그 돈이 김건희 여사 측으로부터 받은 공천 성공 보수 대가란 의혹, 또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위한 81회 맞춤형 여론조사 대가라는 의혹,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로부터 공천 장사를 했다는 의혹, 창원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에 관여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창원지검에 출석하는 명씨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여러 의혹에 연루된 가장 핵심 인물인 점, 윤 대통령까지 나서 기자회견에서 여러 의혹을 해명한 점 등에서 짧게라도 자신의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가지며 명씨와 관련해 통화한 적은 있지만 당에서 공천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공천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또 명씨와 김 여사가 당선 후 소통한 부분은 몇 차례 되지 않았고 창원 국가산단 지정에 대해서는 "비밀리에 진행하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여론조사 조작을 의뢰하거나 조작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명씨는 앞서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30분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경솔한 언행 때문에 공개된 녹취 내용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녹취를 폭로한 강씨는 의붓아버지 병원비 명목으로 2천만 원을 요구했고, 운전기사 김씨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요구하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명씨가 국민의힘에 해를 끼치기 보다 윤 대통령 부부 등에게 사과를 하고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제기한 강씨 등과는 대립각을 세우는 메시지로 보인다. 때문에 명씨는 이날도 창원지검 앞에서 입장에서 비슷한 취지로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명씨를 법률 대리하는 김소연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돈을 빌리고 사용하는 모든 것이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진행됐고, 그 관계를 아는 김모 씨·강혜경 두 사람에 의해서 진행됐다"며 "명씨는 알지도 못하는 돈에 지금 엮여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실질 운영하며 여론조사를 돌린 회사인데 김씨는 등기상 대표, 강씨는 부소장을 지낸 바 있다.
다만 명씨는 여태 개별 언론사를 취사 선택해 대응하거나 자신의 SNS에 짤막하게 입장을 내비친 것과 달리 이날 대중에게 처음 공개된 자리에서 윤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입장을 밝혀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때문에 명씨가 선임한 김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 형식으로 질문 답변을 이어가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명씨는 이미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보이는 점 등에서 곧 구속될 가능성이 높기에 사실상 공개된 자리에서 하는 마지막 입장 표명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수사 인력을 검사만 5명에서 11명까지 늘린 상황 속에 명씨를 구속시키지 못하면 '봐주기 수사'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이 김 전 의원처럼 이틀 연속 부르거나 불구속 상태로 장기간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 김 전 의원과 명씨는 접점이 많은 만큼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다만 명씨가 구속되면 공적 대화 등이 담긴 녹취를 폭로한다고 알려진 만큼 명씨 수사로 정국은 당분간 계속 소용돌이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