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과 전문가들이 7일 한 자리에 모여 새로 마련된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을 실천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이날 제주 서귀포에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자살예방 보도의 방향' 세미나를 열었다. 전국에서 50여 명의 기자들이 참석했고, 부산대 임영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서강대 유현재 신문방송학과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권영철 CBS 대기자는 토론에 앞서 "사건 기자를 하는 동안 '내 잘못된 자살 보도로 이웃 또는 지인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자살 보도를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한 도구로 쓰지 말아 달라는 바람에서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이 실제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 의식에 기반해 2004년 처음 마련됐다. 2013년에 '자살보도 권고기준 2.0', 2018년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으로 개정됐다.
'자살 예방 보도준칙 4.0'은 처음으로 제목에 '자살 예방'을 포함함으로써 권고 기준의 제정 목적을 명확히 했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1인 미디어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블로그·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 1인 미디어에서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도 추가됐다.
자살 보도가 모방 자살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자살 사건은 가급적 보도하지 않는다'가 제1원칙으로 제시됐다. 또 '구체적인 자살 방법‧도구‧장소‧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는다', '고인의 인격과 유족의 사생활을 존중한다', '자살 예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등 총 4개 원칙이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는 미디어 환경 변화로 출처가 명확하지 않거나 개인의 사생활을 자극적으로 다루는 자살 보도 행태가 1인 미디어 뿐 아니라 기성 언론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대 임영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발제자로 나서 "전통적으로 방송 뉴스에 적용되는 보도 규범 등 억제 장치 자체가 서서히 무너지고 (기성 언론이) 유튜브를 닮아가고 있다"며 "이런 추세를 잘 보여주는 이정표적인 사례가 작년 '이선균 사건 보도'"라고 지적했다.
종합토론 자리에서는 참여한 기자들과 토론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정구영 사무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황태연 이사장, 김익태 제주기자협회장, MBC 신수아 기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 살해 사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죽음 등 자살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해야 하는 사건의 경우 언론이 적극적으로 취재해 보도해야 한다'는 기자들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사무관은 "유명인 자살 사건의 경우에는 보도를 피하기 어렵다면 경찰 조사 발표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서만 보도하고, 사회적 약자의 자살 사건에도 단순 충동에 의한 자살은 보도하지 않는 게 바람직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이사장은 "1인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자살 유발 정보가 상당히 많아 재단은 보건복지부와 자살 유발 정보 모니터링 센터를 개설하려고 논의하고 있다"며 "(또)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 온라인 플랫폼과 자살 보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협약을 맺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