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삶보다 비워내는 삶 실천하려…"
11월 4일 오전 10시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울산 북구 효문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다.
그는 복지팀장부터 찾았다. 그리고 팀장을 밖으로 불러냈다. 대뜸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 전달하고 떠나려 했다.
수표에는 2천만 원이 적혀 있었다. 팀장은 그가 매년 11월이면 기부금을 전달하는 익명의 기부자임을 알아챘다.
이 남성의 조용한 선행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첫 해 천만 원을 시작으로 매년 천만 원 이상을 기부하고 있다. 2021년 1200만 원, 2022년 천만 원, 지난해 2천만 원을 기부했다.
올해까지 12년째다. 매년 11월에 찾아온다고 해서 '11월의 얼굴 없는 천사'라고도 불린다.
그 남성은 "올해는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좋은 곳에 써 달라"고 말하며 돌아섰다.
복지팀장은 상담실에서 차 한 잔을 대접하겠다고 했다. 그는 "부끄럽다. 괜찮다"고 답했다.
팀장이 한번 더 차를 권유했고, 상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5분 가량의 짧은 대화가 오갔다.
기부금은 어떻게 쓰는 것이 좋겠냐는 팀장의 질문에 그는 "좋은 곳에 쓰여질 걸 알고 있다. 필요한 곳에 써 달라"고 했다.
그는 "풍족한 삶보다는 비워내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효문동은 해당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했다. 지역 취약계층 생계비와 의료비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손낙균 효문동 행정복지센터 동장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기부자의 꾸준한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 추운 겨울을 앞둔 취약계층이 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