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를 사실상 확정하며 백악관 재입성 예약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으로 평가된다.
첫 임기 내내 온갖 논란에 휘말려 두 차례 탄핵 재판을 받고,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근거 없는 '선거 사기'를 주장하다 불명예스럽게 임기를 마친 그는 마침내 재기에 성공했다. 다른 정치인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일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대중의 감정을 읽고, 이슈를 주도해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며, 개인 숭배에 버금갈 정도로 지지자들을 열광시키는 그의 독보적인 능력이 이번 선거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국가기밀 불법유출 등으로 4차례 형사 기소를 당했지만, 이런 역풍을 오히려 정치적 기반을 순풍으로 바꾸는 기회로 만들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적인 자신을 정치적으로 핍박한다고 주장하며 '사법 리스크'를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력으로 활용한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유세 중 총격을 당해 피를 흘리면서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자"(Fight)라고 외쳐 역사에 한 장면을 기록한 그의 동물적인 감각과 쇼맨십은 그를 싫어하는 이들조차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중도층을 공략하기 보다는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인신공격을 퍼붓고 특유의 화법으로 근거없는 주장과 편 가르기를 일삼으며 자기 스타일대로 선거를 끌어갔다.
자신을 싫어하는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지지층을 더 결집시켜 투표장으로 끌어내려고 한 것인데 결국 이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한 이를 꼽자면 단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봄 공화당을 돕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만들어 최소 1억1900만달러(약 1600억원)를 지원했다. 그는 경합주 보수층의 유권자 등록을 장려하기 위해 매일 한 명을 선정해 100만달러를 주는 '트럼프 복권'을 시행했으며, 슈퍼팩에서는 직원 수천명을 고용해 경합주 유권자들을 접촉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지난달 5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유세한 이후 펜실베이니아를 여러 차례 방문해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