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주식 리딩방 사기를 벌인 한국인 조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조재철 부장검사)는 6일 사기, 범죄단체 가입·활동,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한국인 조직원 1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12명은 구속기소,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인 총책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운영하는 주식 리딩방에서 영업팀장·팀원, 모집책 등 역할을 맡아 내국인 38명으로부터 투자금 29억 3천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범행에 앞서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먼저 쌓았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급등주 원하시면 클릭하세요' 등의 내용으로 배너 광고를 게시하고, 이를 클릭한 사람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접근했다. 일당은 유명 국제투자자문사 직원이라고 사칭하며 피해자들에게 투자 종목 추천 등 상담을 해주는 방식으로 신뢰를 형성했다.
이후에는 가짜 투자 사이트 가입을 유도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고수익 주식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종목과 타이밍을 알려줄테니 그에 따라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가짜 투자 사이트를 통해 투자금을 받아냈다.
특히 최초 투자금을 입금 받은 뒤에는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주식을 대량 매수할 기회가 있는데 그 시점까지 계속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고 말하며 추가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도했다.
검찰은 이들이 '돼지도살 사기'(Pig Butchering Scam) 수법을 사용했다고 봤다. 돼지도살 수법은 돼지를 천천히 살찌운 후 도살하듯이, 신뢰 관계를 이용해 피해자들이 돈을 더 투자하도록 유도한 뒤 일거에 수익을 실현하는 사기 수법을 뜻한다.
피해자들 중에는 60대 이상 고령자 뿐 아니라 '2030' 피해자들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인, 공무원, 학원 강사, 종교인, 자영업자, 주부 등 피해자들은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이들 조직은 중국인 총책 아래에서 팀을 나눠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인터넷 포털 광고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홍보팀, SNS 등을 통해 신뢰 형성 후 가짜 투자 사이트 가입을 유도하는 영업팀, 시나리오팀, 기술팀, 고객센터 등 분업화 된 형태로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형법상 범죄단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일당이 보수를 받는데 사용한 계좌들을 추적해 모두 추징 보전했다며 자금세탁 행위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죄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이 투자 광고를 접하는 경우 자본시장법상 신고, 인허가 등 절차를 거친 업체인 점을 유심히 확인하고 거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