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헐린 서울그린벨트…주택공급도 환경보호도 의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가 8·8 부동산 대책에서 예고했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대상지가 5일 발표됐다. 2031년 첫 입주가 목표된 가운데 이번 정책에 대해 주택공급 측면에서나 환경보전 차원에서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서초구, 경기도 고양시·의왕시·의정부시 등 4개 지구에서 주택 5만호를 공급한다. 2026년 상반기 지구 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구별로 서초구 서리풀지구 221만㎡ 2만호, 고양시 대곡역세권 199만㎡ 9만4천호, 의왕 오전왕곡 187만㎡ 1만4천호, 의정부 용현 81만㎡ 7천호다. 합산 면적은 688만㎡다. '의왕 87% 정도, 나머지 지역은 98~99%가 그린벨트'(국토부 관계자)임을 감안하면 653㎡ 상당의 그린벨트가 해제된다. 여의도 면적(290만㎡)의 2.2배가 넘는다.
 

지장물 적은 그린벨트, 신속공급에 유리

이는 8·8대책의 후속조치다. 8·8대책은 주택공급을 확대해 주택수요를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취지로, 6년간 주택 21만호, 신규택지 21만7천호를 수도권에 공급하는 내용이다. 신규택지 중에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물량이 올해 5만호, 내년 3만호로 잡혔다.
 
이번 발표는 신속 공급에 방점이 찍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첫번째 분양이 5년 후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5년 후 양질의 주택이 공급된다는 믿음이 형성된다면 시장 상황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전에서는 그린벨트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린벨트는 공장과 주택 등 지장물이 적어 사업 과정에서의 갈등도 상대적으로 적다. 정부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전부터 토지보상과 지구계획 수립에 착수하는 등 행정절차 단축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제공

공급차질 변수 상존…규모 불충분 지적도


하지만 아무리 그린벨트여도 토지 소유주와의 협의가 원만하지 못하면 차질이 불가피하다. 2025년 입주 목표로 2018년 발표된 3기 신도시가 그랬다. 일부 지구 그린벨트 농민들의 수용반대 시위 등 갈등이 빚어졌고, 3기 신도시 지구 대다수가 올해에나 착공에 들어간다.
 
인근주민들의 반발도 중대 변수다. 2020년 추진됐던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택지개발은 노원구 주민들 반발로 중단됐다. 사업지에서 문화재가 발굴되거나 보호종 서식이 확인되는 경우도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다.
 
그린벨트라는 보호구역 특성상 사업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시장의 믿음' 형성까지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주목받은 서울 강동구의 재건축아파트 단지가 1만2천호 규모였음을 감안하면, 이번 서리풀지구는 이런 단지 2개가 추가되는 정도의 파급효과라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권 그린벨트를 해제하더라도 신규 공급 규모는 뻔하고, 그 정도 물량으로 서울 집값을 잡는 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굳이 현 시점에 그린벨트까지 건드려도 큰 정책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환경적 논란, 분배 정의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그린벨트 해제 자체가 사회적 논란 거리다. 특히 서울 그린벨트는 이명박 정권 이후 12년만에 다시 해제된다. 그린벨트 축소는 도시 자연환경과 생태 위협, 서울 개발에 따른 국토 균형발전 저해 등을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는 부의 불균형도 지적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그린벨트를 풀어 마곡·위례·판교·과천 등지 주택을 공급했지만, 모두 적정 분양가보다 비싼 판매용 아파트가 돼 주변 집값만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서울 세곡동·내곡동 그린벨트 토지거래의 47.3%가 지분매매로 이뤄져, 기획부동산 사기 수법인 '지분 쪼개기' 정황이 있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경실련은 "부동산 시장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다는 정책이 사익 추구에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그린벨트 해제 철회를 촉구했다.
국정모니터링시스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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