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기자회견에 나서는 가운데, 정국 현안인 김건희 여사 사안과 명태균씨 의혹 등에 대한 입장 수위가 국정 상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관련 사과부터 활동 중단 방식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 의혹에 대해선 오해를 적극 해명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회견은 질문 주제와 개수를 제한하지 않고 모든 현안에 답하는 '끝장 회견'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윤 대통령의 상세한 설명이 예상되지만, 결국 '국민 눈높이'에 얼마나 호응하는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尹. 7일 기자회견서 '金여사·명태균' 입장 밝힌다…답변 '수위' 고심
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하는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자유 질의응답을 통해 모든 현안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는 정국 현안인 김 여사 사안과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 등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으로 '사법 리스크'에 휩싸였던 김 여사는 최근 '공천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며 논란에 중심에 섰다. 명씨의 경우 윤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김 여사에 대해선 야당은 '특검법' 통과를 추진하고 있고, 여권마저 '쇄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및 내각 개편 등 고강도 국정 쇄신을 요구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와 관련 사과와 대외 활동 중단 방식 등까지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의전 외 대외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달 예정된 윤 대통령 외교 일정에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는 등의 '충격 요법'이 필요하단 시각이 제기되지만, 아직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 여사 사안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회견 자리에 김 여사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김 여사를 공식 보좌할 '제2부속실' 설치는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대안으로 제시될 전망이다. 한 대표가 주장하는 특별감찰관 도입의 경우 당에 결정을 위임하면서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연계는 중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명씨 의혹과 관련해선 소상한 답변이 예상된다. 명씨와의 관계를 매몰차게 끊었으며 '공천 개입'은 사실 무근이라는 점, 법적 문제도 전혀 없다는 점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통화 녹취 자체가 악의적으로 편집됐으며 야당이 정치 공세에 과도하게 활용했다는 시각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인적 쇄신 및 개각 등에 있어선 "인위적, 국면전환용 인적 쇄신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쇄신책을 고민하되, 개혁 및 정책 추진을 감안해 인사는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 악화에 일정 앞당긴 '회견'…구체적 쇄신책 '관건'
이번 회견은 최근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고 김 여사 관련 사안과 명씨 의혹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결정됐다. 애초 미국 대선,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외교 현안과 윤 대통령의 순방 일정 등을 고려해 이달 말 회견이 유력했지만 급하게 앞당겨진 셈이다. 그만큼 정국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가급적 국민 소통 기회를 일찍 가져달라"는 취지로 건의했고, 대통령실 참모진도 같은 의견을 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며 회견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질문 주제와 개수를 제한하지 않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모든 현안에 답할 것이란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앞서 5월과 8월 열린 대국민 담화 및 회견은 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20분 이상 국정 성과 위주의 담화를 발표한 뒤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아예 브리핑룸에서 시작하고 후속 질문도 얼마든지 받는 형태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문일답을 통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세한 설명을 넘어 구체적인 '쇄신책'의 여부가 회견의 성패와 향후 국정 상황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향적인 대책일 경우 야권의 특검 공세를 피해갈 공간이 생기지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는다면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이다.
회견을 두고 여당 내에선 벌써 일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한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되길 기대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대통령이) 자화자찬적인 메시지는 하시면 안 된다"며 "그 다음에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 (명태균 씨와 통화 녹음 내용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 않으냐는 얘기를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추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최근 여러 상황에 관해 많은 말씀을 듣고 있다"며 "너무 예단하지 말고 실제 담화, 기자회견을 통해 듣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친윤(윤석열)계 이철규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사람이나 조직은 늘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면서도 "누군가가 이 정권을 흔들고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서 무조건 사람을 바꾸라고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대국민 사과의 방식이나 쇄신책 등에 있어선 윤 대통령의 적절한 입장이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대표의 요구에 응답하는 차원이라기 보단,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소상하게 보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