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사실상 전담수사팀을 꾸려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의혹 당사자들 사이 오간 대화 녹취록이 연일 언론에 노출되면서 사안이 일파만파로 커진 데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검 도입', '늑장 수사' 등 비판 여론까지 거세지자 전담 인력 보강 등 수사력을 집중해 사건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6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창원지검 '명태균 의혹' 수사팀에 이지형(사법연수원 33기) 부산지검 2차장검사와 인훈(37기) 울산지검 형사5부장검사, 평검사 2명 등 검사 4명이 추가로 파견됐다. 기존 형사4부 검사 5명에 1차 파견 2명을 더하면 수사팀은 총 11명 규모로 꾸려진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선거·공안 사건에 밝고 대형 수사에 능통한 검사들이 파견돼 사실상 특별수사팀 진용을 제대로 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수사팀장 역할로 검사를 지휘할 이 차장검사는 2017년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사건을 수사했다. 2019년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 땐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았다.
인 부장검사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와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연달아 수사하고 국가정보원 파견까지 거친 공안통 검사다. 지난달 17일 창원지검에 파견된 평검사 2명은 이예람 특검팀 파견 경험이 있는 대검 공안연구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공안 사건을 수사한 검사다.
한 수도권의 차장검사는 "기존 검사들은 이 사건 외에도 다른 수사 등 업무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파견 검사 면면을 보면 제대로 전담해 수사할 팀을 보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오는 8일로 예정된 명씨 소환을 이틀 앞두고 대대적으로 수사팀을 보강했지만, '늑장', '뒷북' 수사라는 지적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앞서 창원지검은 해당 사건을 지난해 12월 경남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접수한 뒤 9개월 동안이나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늑장 수사 비판이 거세게 일자 결국 떠밀려 수습에 나선 모양새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이 명씨 관련 시민단체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 공공수사2부에 배당한 것도 이번 파견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명씨를 둘러싼 의혹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의혹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창원지검 사건을 우선 처리하려는 검찰 지휘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늑장 수사 비판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옮겨야 한다는 거센 주장에 수사 신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정면 돌파 측면도 엿보인다.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 주요 인물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의 최대 관심사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등 정권 핵심으로 번질 수 있을지 여부다. 의혹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명씨 소환 하루 전(7일) '시간제한 없는 끝장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질문에 답하기로 결정했다. 수사팀은 명씨와 주변인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와 김 전 의원 등 관련자 진술,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 등을 종합해 명씨를 상대로 제기된 정치자금법 혐의 외에 공천 개입 의혹 등 여러 갈래의 의문점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대가로 김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재보선에서 당선된 후 2022년 8월~2023년 12월 약 9천만원을 명씨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서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받은 돈이 공천 대가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또 명씨가 실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위해 81차례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그 비용 3억7천만원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보선 공천 발표 하루 전인 2022년 5월 9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3일과 4일 연이틀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전 의원은 적극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의원은 또 공천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와 연락한 적이 없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