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여성 군무원을 살해하고 잔혹하게 손괴한 뒤 강원 화천 북한강 일대에 사체를 유기한 30대 육군 영관 장교가 구속됐다.
춘천지법 박성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살인과 사체 손괴,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한 지 약 3시간 만에 구속을 결정했다.
박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쯤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형사들과 함께 법원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 A씨는 '피해자과 유족에게 할 말이 없냐', '왜 화천에 유기했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10여 분 만에 구속 심사가 끝난 뒤에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형사 차량에 탑승했다.
앞서 A씨는 지난 달 25일 오후 3시쯤 경기 과천의 한 군 부대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여성 군무원 B(3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A씨는 옷가지로 시신을 덮어둔 뒤 같은 날 저녁 인근 공사장에서 사체를 손괴했다.
그는 범행 이튿날 오후 9시 40분쯤 평소 지리를 잘 알고 있던 화천군 북한강 일대에 사체를 돌덩이를 담은 비닐에 넣어 유기했다. A씨는 10여 년 전 화천의 한 군부대에서 군 생활을 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과천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 진급 예정자였으며 피해자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임기제 군무원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일 오후 2시 46분쯤 A씨가 유기한 사체 일부가 화천군 화천읍 화천대교 하루 300m 지점에서 발견됐다는 주민의 신고가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지문 감식과 DNA대조,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한 끝에 신고 하루 만에 서울 강남구 일원역 일대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검거 당시 A씨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말다툼 중 홧김에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B씨는 지난 달 30일까지 근무가 예정돼 있었는데 출근일수가 3일 남은 피해자가 무단 결근시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당시 부대 측은 근무일이 며칠 남지 않은 피해자가 출근하지 않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휴대전화가 꺼져 있었고 범죄 사실을 몰랐던 피해자의 모친이 딸의 '미귀가 신고'를 했을 당시에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중간마다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피해자의 휴대폰을 켠 뒤 B씨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는 등 마치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민 정황도 드러났다.
심지어 A씨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가 검거된 서울 강남구 일원역 일대 주차장 배수로에 휴대전화를 버리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은 '핵심 증거'인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훼손 정도가 심해 복구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강원경찰청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신상정보공개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이르면 오는 6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 결성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