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대로 윤석열 탄핵까지 갈까…이재명 '이중 플레이' 배경은

尹 지지율 20% 붕괴에도 여전히 '탄핵' 대신 '특검'에 무게둔 민주
"반국민적 권력 심판하자" 발언에도 '공식 탄핵 방침 아니다' 부인
야권내 '연성탄핵' 모임까지 만들어졌지만 '공식 논의된 바 없다'
李 '정권비판'-'탄핵반대' 1인 2역 하다보니 지지층도 강공 못해
그 사이 금투세 폐지 등 '중도' 행보 걷는 이재명…15일 '1심 선고'도 의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촉구 국민행동의 날 장외투쟁에서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등 참석자들과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의혹'이 담긴 통화 녹취를 폭로한 후 우선 '김건희 특검(특별검사)법' 통과에 당력(黨力)을 집중하고 있다. 특검법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야권 주도의 전방위 수사로 사실상 대통령 탄핵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은 여당과의 협상을 통한 법안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식적으로 탄핵을 입에 올리진 않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0%대 아래로 떨어진 상황임에도 민주당이 이처럼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배경엔, 헌법재판소의 최종 탄핵 결정을 이끌어내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지지 여론과 확실한 위법 증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달로 예정된 두 건의 이재명 대표 재판 선고 또한 '속도 조절론'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반국민적 권력 심판하자"면서도 '공식 탄핵 방침 아니다' 선 긋는 민주

민주당은 4일에도 윤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한 당의 입장에 대해 말을 아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11월까지 김건희 특검법 통과에 집중하겠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며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추후 진행해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지난 2일 민주당이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며 연 장외집회에서 나온 당 지도부의 발언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시 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하면서 "다시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심판하자"고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당은 이에 대해 "원론적인 얘기일 뿐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정부 출범 후 최저치인 19%(한국갤럽 조사)를 기록했지만 국회에서 민주당은 기존과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수 야당인 조국혁신당은 한발 앞서 이달 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탄핵안 발의를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인 150명 이상이 참여해야 하는 만큼 170석의 제1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관련해 이 대표 핵심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탄핵안을 먼저 발의하면 여당이 반발해 똘똘 뭉쳐 끝까지 버틸 가능성이 있다"며 "김건희 특검법도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을 포함해 13개 혐의가 수사 대상이라 여당 입장에선 사실상 탄핵과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독소 조항' 일부를 수정해서라도 특검법을 우선 통과시키고 수사를 통해 정권을 압박, 조기 교체 물꼬를 틔워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향후 민주당은 윤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과 정부의 안보·경제 관련 실정을 부각하면서 특검법 통과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특검법 관철을 위한 서명 운동과 의원들의 비상행동을 실시하기로 했다. 특검법을 1차로 표결하는 14일 본회의까지는 저녁 농성을 이어가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시 재의 표결에 들어가는 28일 본회의엔 정국 상황에 맞춰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촉구 국민행동의 날 장외투쟁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론 고조시키며 '민생·중도' 행보 걷는 이재명…11월 선고도 변수

이러한 지도부의 공식적 판단과는 달리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지지층의 요구를 받아 계속해서 개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연성 탄핵'으로 불리는 임기 단축 개헌 논의를 띄우기도 했다. 민주당과 혁신당 의원들로 구성된 '임기 단축 개헌 국회의원 연대 준비모임'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탄핵 절차가 진행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며 "원칙과 현실을 고려하면 임기 단축 헌법 개정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도 "당 차원에서 공식 논의된 바는 없다"고 일축했다.

당 지도부가 '정권무능론'에 대한 여론은 부추기면서도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는 식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나서지 밟지 않는 이중적 상황이 펼쳐지는 셈인데, 이는 정권을 비판하는 방식에 있어 당권파와 다른 목소리를 낼 당내 세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예전 같으면 이 대표가 먼저 탄핵을 주장하고 소위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식으로 상황이 전개됐을 텐데, 이제 그런 사람들이 없으니 이 대표가 사실상 1인 2역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도부가 공식적으로는 탄핵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보니, 지지자들도 거세게 압박하고 싶음에도 그 자제의 주체가 이 대표라 크게 뭐라고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는 민생과 중도 외연 확장에 무게를 두며 독자적인 대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당론을 밝혔다. 그는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행이 맞는데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라며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명의 주식 투자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 날 이 대표는 AI 기업인들과 만나는 행사에 참석하며 '친기업'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섣불리 윤 대통령의 거취를 논하고, 탄핵소추 국면으로 정국을 이끌지 않는 이유는 오는 15일과 25일 예정된 공직선거법 및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재판에서 유죄 선고가 나올 경우, 민주당의 탄핵 관련 언급 등이 여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이재명 방탄'을 위한 '조급한 움직임'으로 비춰져 여론의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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