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에 연루된 김영선(64) 전 국민의힘 의원을 12시간 고강도 조사를 하면서 칼끝은 핵심 인물 명태균(54)씨에게 향하고 있다. 명씨는 최근 2차례 자신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을 당하고 관련자들이 줄줄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만큼 이번주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검사 김호경)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공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김 전 의원을 전날 오전부터 밤까지 약 12시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이날도 이어간다. 김 전 의원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이번주 명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이번 사건 수사는 지난해 12월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47)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씨 등 5명을 수사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회계 영수증 미제출 등 가벼운 사안으로 보고 검찰 수사는 검사 없고 검찰수사관만 있는 사무국 수사과에서 진행돼왔다.
하지만 강씨가 지난 9월부터 언론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면은 달라졌다. 검찰은 이때부터 사무국 수사과에서 검사가 있는 형사부(4부)로 사건을 옮겨 수사에 집중하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9월 30일 명씨와 김 전 의원, 강씨의 자택 등 5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에 들어가며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명씨와 김 전 의원, 강씨 등 3명이 피의자로 적시돼있었다. 명씨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강씨를 통해 20여회에 걸쳐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김 전 의원의 세비 절반을 매달 받아 합계 9천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가 있다.
이를 두고 명씨와 김 전 의원은 빌려주고 갚은 돈이라고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반면 강씨는 이 돈은 명씨가 김 여사에게 공천을 받아온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명씨가 김 여사에게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2021년부터 2022년 3월까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위해 3억 7천만 원에 달하는 81회 맞춤형 여론조사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게 강씨의 주장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 중 하나가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공개된 명씨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지난 2022년 5월 9일 전화 통화 녹취 내용이다. 녹취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다음날인 2022년 5월 10일 실제 김 전 의원이 창원의창 지역구 보궐선거 국민의힘 후보로 단수공천을 받았기에 강씨의 주장은 힘을 받고 있다. 명씨는 이런 통화가 공개되자 "다 태우러 아버지 산소에 간다"고 말한 직후 언론 인터뷰를 피하며 사실상 잠적 중이다.
명씨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하고 검찰 소환 조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개월 만에 2차례 자신의 자택이 압수수색 당하고 관련자들이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자 위기 의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를 받은 대상 중 언론에 알려진 피의자 또는 참고인만 최소 8명에 달하는데 강씨, 김 전 의원, 김 전 의원 보좌진 3명, 명씨가 실질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 대표 김태열 씨, 공천 희망자 2명 등이다. 그밖에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참고인 등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더구나 공천 관계나 금전 부분 등 여러 부분에서 명씨와 접점이 많은 김 전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았기에 명씨는 수사 흐름상 이제 검찰이 자신을 겨누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다. 검찰은 김 전 의원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이번주 명씨를 소환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명씨의 각종 여러 의혹과 범죄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씨가 김 여사를 통해 김 전 의원 공천을 실제 받아냈는지, 세비를 절반씩 9천만 원 받은 이유는 무엇인지, 실제 여론조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선거 출마 희망자들에게 공천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김 전 의원이 희망자들에게 일부 갚아준 게 사실인지,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한 여론조사 조작은 없었는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