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의료공백 국민은 시름인데, 의협은 탄핵 논란중

10일 의협 회장 불신임·비대위 설치 안건 대의원 총회 상정
임 회장 "과오 만회할 기회 달라"…전국 대의원 설득 나서
의료계에서는 "임 회장 잘못 많지만…실제 탄핵은 쉽지 않아"
'포스트 임현택' 의협…전공의와 소통 창구 열리나

연합뉴스

의료 공백이 9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이 탄핵 기로에 서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임 회장은 전국 대의원을 만나러 다니면서 "기회를 달라"며 호소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4일 의협 등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는 오는 10일 임 회장 불신임(탄핵) 안건과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안건을 임시 대의원 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앞서 의협 조현근 부산광역시 대의원은 지난달 24일 본인을 포함한 대의원 103명이 해당 안건으로 대의원회에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현 의협 대의원은 총 246명으로,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한 103명은 불신임 발의 요건에 해당하는 인원(82명)을 넘었다.

조 대의원은 △간호법 제정 저지 실패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미흡한 대응 △사직 전공의 분열 시도 △막말 등을 사유로 임 회장을 불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쌀쌀한 반응'에도 "탄핵 실현은 어려울 수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박종민 기자

'탄핵 위기'에 내몰린 임 회장은 지역까지 돌며 대의원들을 만나 "과오를 만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냉랭한 분위기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달 31일 '대회원 서신'이라는 이름으로 "불신임안이 대의원회에 발의돼 회원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사과 문자를 의협 회원들에게 보내면서 SNS 계정 삭제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제 잘못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며 "의협 회장 임기 동안 과오를 만회할 수 있게 허락해 주길 감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의협 회원 A씨는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임 회장에게) 좋지 않다"고 입을 뗐다.

이어 "그러니까 임 회장도 전국을 돌면서 대의원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것 아니겠나"며 "임 회장이 대의원들을 만나면서 앞으로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별개로 실제 탄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의협 관련 규정에 따르면 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은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의협 회원 B씨는 임 회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탄핵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B씨는 "(임 회장이) 잘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면서도 "실제로 탄핵당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일 총회에) 대의원들이 요건에 충족될 만큼 출석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며 "회원 다수가 (탄핵에) 찬성하더라도 일부 단체들은 여전히 임 회장을 지지하기도 해서 실제로 '까봐야' 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 회장 불신임안이 통과되지는 않더라도 의협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안은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임 회장 사퇴 이후…'전공의와 소통 재개' 전망도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의 텅빈 복도 모습. 황진환 기자

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이를 계기로 새 의협 집행부와 전공의·의대생들의 소통 창구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회장과 줄곧 날을 세워 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임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의협과의 소통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박 위원장은 "의협 임현택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며 "임 회장 및 이하 의협 집행부는 전공의와 의대생 언급을 삼가시길 바라며, 임 회장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임 회장 이후 차기 회장 후보로는 지난 의협 회장 선거에서 당시 임현택 후보와 결선 투표를 치렀던 주수호 전 의협 회장, 지난 의협 비대위를 이끌었던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협의회장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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