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국정 동력 확보에 대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보수 텃밭이자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TK) 지지율 마저 무너진 점은 '뼈 아픈' 대목으로 보인다. 집권 3년 차에 10%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은 "엄중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권 3년차 尹 지지율 20%선 붕괴…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처음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9%로 전주 대비 1%p(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72%로 2%p 올랐다. 각각 취임 후 최저치이자 최고치이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경우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17%, 부정 평가는 78%로 각각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국정 지지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20%선이 붕괴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갤럽 조사에서 지지율 흐름을 보면 취임 첫해인 2022년 6월 평균 49%에서 7월 32%, 8~11월에는 20%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지난해의 경우 1월 36%로 출발해 5월 이후 30%대 초중반을 오르내리며 횡보했지만, 올해 4월 총선 이후 급락해 20%대 답보 상태에 머무른 바 있다.
집권 3년 차에 10%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그만큼 역대 정부와 비교해봐도 빠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5년차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차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5년차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년차에 각각 첫 10%대 지지율을 나타냈다.
대통령실은 현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여당 및 정부 부처에 대한 장악력 하락을 우려하는 기류도 흐르고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실 지지율은 바로 나타난 숫자보다는 추세로 봐야 하지만, 그동안 추세도 좋지 않았고 막상 10%대가 나오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20%선 붕괴는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자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의 지지율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갤럽 조사에서 TK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8%p 떨어진 18%를 나타냈다. 전국 평균보다 1%p 낮을 뿐만 아니라, TK 지역에서 10%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아울러 부산·경남(PK) 지지율은 5%p 내린 22%를, 60대 응답자은 7%p 하락한 24%를 기록했다. 보수층 역시 7%p 하락한 33%에 그쳤다.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도 보수층의 부정 평가는 59%로 과반을 넘었다. 지역별로 TK 지지율은 34%, PK는 23%로 나타났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의 특징은 한 번 떨어진 다음에 반등이 없다는 것이다. 가령 이명박 정부의 경우도 '광우병 사태'가 터졌을 때 중도 실용, 친서민 노선을 내놓는 등 지지율 반등을 위한 노력을 했다"며 "악재는 계속 쌓이고 김건희 여사, 명태균 의혹 등 공사(公私) 구분 없는 사건까지 이어지는데 도무지 변화 노력이 없는 모습에 핵심 지지층마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갤럽 조사에서 부정 평가 이유는 김 여사 문제가 1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경제·민생·물가(14%)', '전반적으로 잘못한다(7%)', '소통 미흡(7%)' 순이었다. 갤럽은 "이번 조사 기간 사흘 중 마지막 날인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윤 대통령과 명태균 통화 음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는데, 그 반향은 차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지지율 하락 추세는 막을 수 없다는 시각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무너진 보수층 지지율…'특단의 쇄신책' 필요 목소리
대통령실은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지지율 19% 조사 결과에 대해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사람으로서 송구하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 알고 계신다고 생각한다"며 "반등시키기 위해 노력할 테니 지켜봐 달라.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배전(倍前)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명태균 의혹' 역시 "(윤 대통령이) 초반에는 조언을 들었지만 지내고 보니 안 되겠다 싶어서 매정하게 끊었다"며 선을 그었다.
이러한 대통령실 입장에도 엄중한 상황 인식을 넘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쇄신 조치에 실패한다면 집권 3년차를 넘어 임기 말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한성민 교수는 "임기 말로 갈수록 대통령은 점점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 상황이 이어진다면 더욱 불리해진다"며 "4대 개혁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쇄신책이 필요하고 여사 문제에 대해선 이제는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참석과 김 여사 사과 및 대외 활동 중단 등 여론을 바라보며 다양한 호응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다만 정 실장은 오는 4일 국회에서 열리는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과 관련 "현재로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달 중 윤 대통령이 입장 발표를 통해 여론과의 소통 기회를 갖는다고 밝혀 어떤 수준의 '쇄신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달 10일이 임기 반환 시점 아닌가. 기자회견이 됐든, '국민과의 대화', '타운홀 미팅' 등 국민과의 소통 기회를 어떤 형태로든 갖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