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파란색 옷을 입은 민주당 당원과 시민들이 집회 현장을 가득 메우고 "윤석열 하야하라", "김건희 특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30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역 4번 출구 인근에서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연설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유린당하고 있다"며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심판하자"고 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선출되지 않은 권력자의 국정농단은 이 땅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으로 알았다"며 "어처구니없게도 최악의 정권을 맞아 3년도 채 안 된 지금 그 꿈이 산산이 흩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1세기에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꽃다운 젊은이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다. 멀쩡하게 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수장당했다. 젊은 해병은 이유도 모른 채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며 10·29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해병대원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 등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에 맞선 대통령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것을 국민 항쟁 승리의 역사가 증명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엄중한 경고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여당을 향해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민생경제 살리는 긴급조치', '전쟁 유발 책동 중단'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2년 반 만에 대한민국의 총체적 위기"라며 "국민은 높은 물가, 높은 이자, 의료 대란에 못 살겠다고 아우성치는데, 정부와 국민의힘, 검찰은 김건희 지키기에만 혈안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김건희 왕국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인파가 몰리면서 행사 예정 시간 30분 전부터 집회 집결지인 서울역 4번 출입구와 건너편 3번 출입구가 연이어 봉쇄됐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민주당 당원과 시민 약 30만 명이 참석해 '김건희 특검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역 4번 출구 앞에서 숭례문까지 4~5개 차로 위를 가득 채운 집회 참가자들은 '김건희를 특검하라', '국정농단 진상규명'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공천 개입, 국정농단 김건희를 특검하라", "관저 이전 불법 공사 김건희를 특검하라", "주가 조작 웬 말이냐 김건희를 특검하라", "뇌물수수 특혜 의혹,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 용산구 청파동 온 50대 여성 이모씨는 남편과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이씨는 "해도 너무한 것 같다"며 "김건희 여사가 내조를 잘해야지, (공천개입 의혹까지 받는 사태는) 아닌 것 같다.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아내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구본철(60)씨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 왔다"며 "김건희 여사가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한다. 잘못을 인정하면 이해할 수 있다. 그거를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나온 허모(28)씨는 "뽑히지도 않은, 선출 인물이 아닌 사람(김건희 여사)이 대통령을 자임해서 일을 하고 있다. 특검이 관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박소희(51)씨도 "국격을 망가뜨리는 걸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며 "민주주의가 이렇게 무너져도 되나 싶은 정도로 참담하다. 아이 둘을 군대에 보냈던 엄마로서 대한민국의 현실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 질서 유지를 위해 대규모 경력을 배치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주요 인사의 안전 확보를 위한 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시민단체 전국민중행동이 '공천개입 선거법 위반 윤석열 퇴진운동'을 열었다. 또 지난달 30일에도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가 "윤석열과 그 집권 세력을 가능한 한 빨리 물러나게 하는 것은 이제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집회를 시작으로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은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세 번째로 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을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곧바로 국회 재표결까지 마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