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0층부터 올라왔다, 부담 컸지만…" 김판곤 감독, 우승 후 활짝

팬들이 선물한 트로피 들어올리는 김판곤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시즌 중 울산 HD 지휘봉을 잡고 우승까지 이끈 김판곤 감독이 그동안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파이널A 36라운드 홈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이로써 울산은 2경기를 남기고 조기에 우승을 확정했다. 승점 68을 쌓은 울산은 2위 강원(승점 61)과의 격차를 벌리면서 정상에 올라섰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축하한다"면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 침착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역 시절이던 1996년 울산의 정규리그 첫 우승을 함께 했던 김 감독은 28년 만에 사령탑으로 돌아와 울산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울산에서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건 김 감독이 처음이다.

김 감독은 "26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지하 10층부터 올라온 것 같다"면서 "울산에서 불러준 것만으로도 상당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선수들과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었다"면서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너무 기쁘고 선수들, 코칭 스태프, 지원 스태프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울산 우승 확정.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번 시즌 울산의 우승 레이스는 순탄치 않았다. 2연패를 이끈 홍명보 감독이 지난 7월 논란 끝에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갑작스럽게 사령탑을 잃었다.

하지만 김판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안정을 되찾았다. 8월 10일 대구FC전(1대0 승)부터 울산을 지휘한 김 감독은 이날 강원전까지 11경기에서 8승2무1패의 호성적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김 감독은 "중간에 소방수로 들어간 적이 많아서 자신감이 있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4위로 시작했고, 1위로 올라와서는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한 달 정도는 내가 무슨 선택을 한 건가 싶었다. 어려운 선택을 해서 후회를 한 적도 많았다"면서 "스스로 싸워서 이겨내야 하는 일이었지만, 선수들이 늘 감독의 말을 신뢰하고 따라준 게 큰 힘이 된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앞서 홍콩, 말레이시아 등 대표팀을 이끈 시간이 길었던 김 감독에겐 프로팀을 지휘하는 게 다소 낯설기도 했다. 그는 "여기서는 일의 양이 너무 많더라. 하루 13시간 이상 일을 하게 된다"면서 "매 경기 결과에 평가를 받고, ACL도 같이 하는 게 부담됐다. 팬들도 많이 실망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원팀으로 똘똘 뭉쳐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는 "처음 왔을 때 보니까 전임 감독께서 팀을 잘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면서 "선수들이 성품이 좋고 직업 정신이 뛰어나서 흔들리는 모습이 없었다. 내가 손댈 부분은 없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전술적으로는 여러 고민을 했고,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선수들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며 "선수들도 의심으로 시작했을 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확신을 가져줬고, 그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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