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국 대선 막판에 '쓰레기' 발언에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성 보호' 발언을 놓고 양측간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나는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여성을 보호하고 싶다. 나는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선거캠프 참모들이 유세에서 '여성들'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조언을 했지만 본인은 개의치 않겠다고 하면서 한 말이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당선되면 여성들은 보호받게 될 것이며, 난 여러분의 보호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낙태권 이슈'에서 불리한 처지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여성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시도로 읽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보수 연방 대법관 3명을 임명했고, 그 결과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2년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의 발언은 여성의 주체성, 권위, 권리, 자신의 몸을 포함한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매우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해리스 부통령의 라스베이거스 유세에 동참했던 배우 제니퍼 로페즈도 '트럼프 발언'을 언급하며 "여성은 이번 선거에서 변화를 가져올 힘이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억만장자 마크 큐반은 "트럼프 주변에는 강하고 지적인 여성이 없는데, 이는 트럼프가 그들에게 도전받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캠프측은 "큐반의 발언이야말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는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약하고 멍청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며 반발했다.
앞서 해리스·트럼프 양측은 '쓰레기' 발언을 놓고도 한차례 충돌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유세에서 찬조 연설자로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으로 칭하고 흑인·이민자를 향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늘어놓은 것이 발단이었다.
푸에르토리코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인구 32만명의 섬으로 미국 자치령이지만 주민들은 대선 투표권이 없다.
다만 미국 내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주민은 600만명에 달하고, 특히 대선 경합주에도 많이 거주한다는 점이 간단치 않은 문제였다.
해리스캠프측은 "트럼프는 미국을 분열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고 실제로도 집착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고, 트럼프캠프측은 "트럼프 발언이 아닌 한 코미디언의 모욕적인 농담"이라며 진화에 애를 썼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힌치클리프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말해 분위기가 역전됐다.
지난달 30일 아예 청소부가 주로 입는 형광색 안전 조끼를 입고 유세 연단에 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인의 절반을 싫어한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들이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싸잡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