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신에너지차(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생산 기업 비야디(BYD)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에서 미국 테슬라를 제쳤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고율관세를 부과하며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야디가 성장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3분기 매출 테슬라 넘어서…올해 판매량 400만대 육박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YD의 지난 3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 증가한 2010억위안(약 39조원)으로 252억달러(약 35조원)를 기록한 테슬라를 넘어섰다.
저가 신에너지차가 주력인 BYD는 지난해 4분기에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제친 적이 있지만 매출까지 테슬라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야디의 3분기까지 누적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1% 증가한 274만대를 기록했다. 특히, 3분기에만 113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추세로라면 비야디의 올해 연간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4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야디는 지난해 전년 대비 62% 급증한 302만대의 신에너지차를 판매했다.
비야디는 지난 2022년 3월부터 신에너지차만 생산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생산부터 차량 제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뤄 테슬라는 물론 중국내 타 토종브랜드와의 가격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가성비'는 물론 든든한 '정부지원'까지…고속성장 견인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중국 토종 브랜드 비야디가 단기간에 생산량과 매출에서 모두 테슬라를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가성비'와 '정부지원'을 꼽을 수 있다.
우선, 비야디는 가성비 좋은 신에너지차로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비야디에 따르면 지난 5월말 출시한 하이브리드차 'QIN L DM-i'와 'Seal 06 DM-i'은 1회 주행거리가 2100km에 달한다.
연비로 따지자면 1리터로 무려 34.5km를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가격은 9만 9800위안(약 1930만원)~13만 9800위안(약 2700만원)에 불과해 최고의 가성비를 뽐낸다.
중국 정부의 지원 역시 비야디의 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2008년 첫 하이브리드차를 양산하기 시작한 비야디는 정부 중점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정부 보조금은 물론 정부구매, 금융지원 등 온갖 혜택을 받았다.
올해 3분기 100만대를 훌쩍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것도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 정책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이 정책에 따라 노후차를 신에너지차로 교체할 때 최대 2만위안(약 38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관세폭탄'으로 돌아온 정부지원…'수익성' 발목잡는 가성비
그러나 비야디의 성장을 이끌었던 이런 요인들이 최근 들어서는 악재가 되어 오히려 비야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형국이 됐다.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EU의 고율관세 부과가 대표적이다. EU는 지난달 30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7.8~4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비야디에는 27%의 관세가 부과된다.
EU는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업체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있다며 1년여간 반보조금 조사를 벌인 끝에 '관세 폭탄' 투하를 결정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에 무려 100%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009년~2023년까지 15년 동안 약 320조원을 자국 전기차 업체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함께 가성비 좋은 신에너지차라는 명성은 비야디의 수익성을 낮추고 있다. 저가의 신에너지차가 주력이다 보니 지난 3분기 매출총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22.1%에서 21.9%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FT는 "이전 버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층 뛰어난 성능을 갖춘 장거리 모델을 출시했기 때문"이라며 시장 지배력을 굳히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차량당 순이익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