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이 바뀌니까 학교 생활이 즐거워 졌어요."
모래 깔린 공터에 덩그러니 설치된 축구 골대와 에폭시가 뜯겨져 바닥이 훤히 드러난 농구 코트. 구석에는 잔뜩 녹이 슬어있는 놀이기구들. 8090세대가 기억하는 학교 운동장의 모습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학교 운동장도 변화를 맞았다. 1일 문을 연 경기 안산시 송호고등학교 '미래형운동장'이 대표적인 예다.
'미래형운동장'의 가장 큰 특징은 효율적인 공간의 세분화다. 송호고 운동장 정 중앙에는 인조잔디가 깔린 풋살장과 배드민턴과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멀티코트가 있다. 300m 길이 우레탄 트랙이 풋살장과 멀티트렉을 감싸고 있는 구조다. 이곳에 학생들은 다양한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다.
야외 학습용 오픈 스테이지도 설치돼 다양한 야외 수업뿐 아니라 공연도 가능하다.
운동을 싫어하는 학생들은 체육시설 옆에 설치된 관중석과 파라솔이 있는 쉼터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나머지 공간은 나무와 꽃, 생태연못이 있는 미니공원으로 조성하고, 곳곳에 벤치를 설치해 학생들이 산책하며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활용한다.
송호고 1학년 A양은 "운동장이 이쁘게 변하니 지겹기만 했던 체육시간이 이제는 기다려질 정도"라며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교실에만 있었는데, 이제는 운동장으로 나와 야외 활동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안산 송호고 전국 최초 '미래형운동장' 조성
송호고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13억 8천만원을 지원받아 4260㎡ 규모의 기존 운동장에 풋살장·농구장·배구장 등을 갖춘 다목적 운동장과 함께 조경 공간·생활체육실 등을 조성했다.
또 풋살장의 인조 잔디는 안산시와 안산교육지원청으로부터 8천여만원을 지원받아 설치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황교선 교장의 공이 컸다. 체육 교사 출신인 황 교장은 효율적인 운동장 활동을 위해 2020년 3월부터 3년간 기획·경기도교육청 공모·사업비 확보에 매달렸다.
이런 노력 끝에 '마을과 함께하는 미래형 스포츠 생태공원 조성사업'에 선정돼 지금의 '미래형운동장'을 만들게 됐다.
황 교장은 "5년 전 학교에 부임했을 때 체육관에서 두 개 학급이 함께 체육수업을 하는 장면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라며 "내년 2월 은퇴를 앞두고 오랜 기간 그려온 걸 현실에서 구현하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시민도 즐기는 '학교 운동장'…학교-지역 상생 모델로 발전
성호고 운동장은 학교와 지역의 상생 모델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호고는 새롭게 단장한 운동장과 공원을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오후에는 지역 주민에게 개방한다. 이에 따라 오후 5시 이후에는 지역 주민들이 조명시설이 있는 학교 체육시설과 공원을 이용할 수 있다.
안산시는 인력 2명을 파견해 운동시설과 수목, 공원을 관리하고 야간 시민 이용에 대한 안전관리를 맡기기로 했다.
송호고는 학교를 개방하는 대신 많은 학생이 몰리는 체육대회를 개최할 경우 안산종합운동장 옆 보조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안산도시공사와 안산교육지원청은 올해 2월 송호고의 체육행사 및 학교체육 프로그램을 공사가 운영하는 체육시설에서 열 수 있도록 협약을 체결했다.
1일 송호고 운동장 개장식에 참석한 이민근 안산시장은 "미래형 학교 운동장은 교육과 체육, 그리고 여가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 시설로서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인근 주민이 부족한 체육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지역 내 평생교육의 기반 역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학교는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쓰는 공유공간으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송호고의 사례가 경기도 전역에 확산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함께 의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