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초저출산·초고령화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의 중위가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인구수는 2020년 5184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50년 4711만명, 2070년 3718만명으로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 추세가 큰 변화없이 계속 이어진다면 100년 후인 2120년 총인구수는 1966만명으로 급추락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고령인구 비중도 급격히 상승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더욱이 그 이후에 고령인구 비중이 더 가팔라져 2045년에는 37.0%로 일본(36.8%)을 앞서고 전세계에서 홍콩(41.6%) 다음의 극단적 초고령사회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감소 추세를 반영하는 가운데 경제성장을 노동, 자본 및 생산성(TFP)의 기여분으로 각각 분해하여 설명하는 성장회계 방법으로 전망해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현재의 2% 수준에서 빠르게 하락하여 2040년대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노동투입의 감소였다. 총인구 및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노동의 양적 투입이 크게 축소되는 것이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적게 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상대적으로 짧게 일하는 고령층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평균 근로시간이 계속 줄어드는 점도 노동투입 축소를 강화시킬 것이다.
자본량을 늘려 경제성장을 높이자는 주장도 가능할 수 있으나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어렵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건물 공장 인프라 기계류 운송장비 무형자산을 포괄하는 고정자산의 스톡 규모는 GDP의 387%로 OECD 국가의 평균수준(300%)을 크게 상회한다. 즉, 오히려 과잉자본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있다. 또한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의 GDP 대비 비율인 고정투자율 역시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해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정투자율이 향후에 더 높게 유지되기 어려워질 것이며 현재의 투자율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선방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노동투입이 급격히 축소되는 가운데 자본투입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자연스럽게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남은 대안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총요소생산성이라 부르는 생산성의 향상은 기술, 지식, 아이디어, 재능의 축적을 통해 새로운 생산물을 개발하거나 기존 생산물의 생산공정 혁신을 통해 단위투입당 생산량이 크게 개선되는 것과 관련된다. 또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산업의 경제 내 비중이 확대되고 그 산업의 경영방식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개선효과가 전산업으로 확산된다. 우리는 기술낙관론자들처럼 4차산업혁명의 도래와 인공지능의 적극적 역할로 인해 생산성이 극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생산성 문제를 좀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생산성 향상이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제성장을 분석해 볼 때, 생산성 향상의 정도는 자본투입의 제약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 두 나라에서 1970년대 이래로 생산성 향상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는 평균적으로 자본축적이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의 60% 정도였다. 두 나라가 정보통신사회로 빠르게 변모했던 시기에는 생산성 역할이 자본축적 기여의 90% 정도까지 높아지기도 했지만 경제상황이 악화된 시기에는 30%로 낮아지기도 했다. 이를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은 무한히 증가할 수 있는 독립변수라기보다 자본축적과 연동되고 그에 제약되는 변수로 보는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솔로우가 컴퓨터 시대에 대해 빗대어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이를 생산성 통계에서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교육을 더 발전시켜 지식축적을 가속화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 25~34세 젊은이의 평균교육연수가 2015년 14.2년으로 이미 미국(13.8)보다 앞서 있어 앞으로 이를 더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보다 장기적인 시계에서 출산율 회복 등 총인구의 극적 반등이나 생산성의 큰 폭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는 2050년 이후에도 역성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예를 들어, 인구추계 전망을 고위추계, 중위추계, 저위추계의 세 가지로, 생산성 정도를 높은 생산성, 중간 생산성, 낮은 생산성의 세 가지로 나누고 각각 두 가지를 조합하여 전망해 보았다. 고위추계 인구와 높은 생산성 시나리오의 경우 2050년부터 2120년까지 연간 –0.2%, 중위추계 인구와 중간 생산성 시나리오의 경우 연간 –0.6%, 저위추계 인구와 낮은 생산성 시나리오의 경우 –1.2%로 각각 역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장기간의 역성장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시나리오에 따라 2030년대 후반 또는 2040년대 전반에 최고 수준을 달성한 이후 계속 축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위추계 인구와 낮은 생산성의 최악 조합에서는 2120년 경제규모가 2023년의 절반 규모로까지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성장보다 인구의 감소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1인당 경제 규모는 완만하지만 계속 증가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와 같이 노동과 자본과 생산성 모두에 대해 미래 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 이들 세 요소 중에서 노동투입의 감소가 가장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나머지 두 요소의 부진을 추동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결국 인구감소의 반등, 즉 출산율의 회복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보다 완만한 감속으로 이끌고 보다 유연하게 미래의 위험에 대응하는 길로 이끄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인구가 계속 감소할 경우 인력 부족으로 현재와 같이 다양한 산업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어떤 산업은 국내에 남기고 어떤 산업은 해외로 보낼지를 정해야 하는 산업의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현재 인공지능(AI)과 친환경(green)이 우리 경제의 미래 방향을 규정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분야의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위해 관련 분야에 대해 대규모 투자도 촉진해야 한다. 재차 강조하자면, 출산율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미래 산업의 변화 및 기술혁신 방향에 맞게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관련분야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우리의 정책 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현재 출산율은 최악의 상황에 있다. 2024년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전년(0.72)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인구 유지를 가능케 하는 출산율(2.1)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고 세계적으로도 마카오, 홍콩에 이어 극단적인 수준이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은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압력'과 고용‧주거‧양육 측면의 '불안'과 연관되어 있다. 경쟁압력을 많이 느끼는 청년일수록 또는 경쟁압력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출산율이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또한 고용 상태(취업 여부, 정규직 여부)가 불안정하거나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 결혼의향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면 과연 출산율의 반등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우리나라 출산율이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인 만큼 그 대책 역시 대단히 과감해야만 그나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나라가 인구위기에 처해 있음을 공식화하고 출산장려지원 확대에서부터 육아여건 개선‧노동시장 개혁‧교육개혁 등 전방위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가족관련 정부지출'을 대폭 늘리고 중소기업 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여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구조정책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높은 주택가격, 수도권 집중, 교육경쟁을 완화하여 고용·주거불안과 경쟁압력을 해소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적응'이 급선무이므로 여성·외국인(이민)·고령층을 활용하여 노동력 부족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출산율 회복을 위해 보다 과감한 대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지방 거점도시 육성,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통한 입시경쟁 과열 완화, 여성 고용률 제고를 위한 외국인 돌봄인력 최저임금 차등 적용,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정년연장(재채용), 청년세대용 완전적립식 신연금 도입 등 연금개혁, 기업 대상 인적자본(출산)투자세액공제 신설 등이 여러 연구에서 제안된 바 있다.
더불어 자녀의 출산‧육아‧교육의 전반적인 과정을 사회 전체가 분담하는 협력구조를 만들어낸다면 출산률이 확실히 회복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전국의 시군구 또는 경우에 따라 동 단위에서 출산, 육아, 방과후 교육 및 돌봄을 지원하는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부모들의 큰 희생이 없어도 자녀들을 괜찮은 젊은이로 성장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 출산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크게 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와 관련하여 저출생 극복의 모델로 회자되는 '당진동일교회'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 모델이 전국의 개별 시군구 단위로 확산된다면 저출산 극복의 획기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모델의 경우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전념하는 리더형 헌신자들, 지역공동체의 공간 확보 및 정성스러운 육아·돌봄·교육 프로그램,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등 세 가지가 잘 겹합된다면 출산율 회복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음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숱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면서 저소득국에서 선진국으로,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의 위대한 성공스토리를 써 왔다. 그렇지만 초저출산의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소멸하는 나라로서 최악의 실패스토리로 다시 집필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지금까지의 성공스토리에 안주하지 않고 현재의 삶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여 아이 낳아 기르기에 만족스러운 나라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현재의 고위인구추계 이상으로 출산율이 회복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때에 맞게 꾸준히 점검하고 좋은 사례들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앞으로 10년 이내에 고을마다 아이 울음소리가 넘쳐나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