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개입' 퍼즐맞춘 野…특검 거쳐 탄핵, 내일 결집 '분수령'

민주당 尹육성 공개…"열심히 뛰었으니 김영선이 좀 해줘라"
김건희 리스크 겨냥하다 尹 직격 '승부수'…'촛불 탄핵' 시동
1일 운영위 국감서 의혹 키우고 2일 장외집회서 총결집
민주 '탄핵 직행' 자제…조국혁신당·진보당 "당장 탄핵해야"
탄핵 '바람 잡기' 11월 15일 이재명 재판까지 아어갈 듯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명태균 녹취 관련 긴급 기자회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개입 정황을 담은 육성 녹취 파일을 폭로했다. 그동안 김건희 여사에 대해 공세를 집중해 왔는데, 녹취 공개를 통해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동시에 공세의 수위 또한 끌어올린 것이다.

민주당은 바로 다음날인 다음달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관련 의혹을 구체화한 뒤, 2일 예정된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대통령실에 대한 규탄 여론을 총결집할 계획이다. 역풍을 고려한 민주당 지도부는 표면상 '탄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서 탄핵 추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탄핵 아닌 탄핵' 여론으로 흘러갈 조짐이다.

내심 민주당은 탄핵 여론이 '아래에서부터' 형성되길 바라는 눈치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위증교사 사건 재판 1심 선고가 11월 중순부터 연달아 예정돼 있어 맞불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尹 육성 공개하며 '김건희 공세'서 방향 튼 민주…국감이어 장외집회로 여론 '총결집'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개입하는 정황이 담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김 전 위원의 공천을 직접 당에 부탁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통화는 지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기 직전 이뤄졌다. 통화는 2022년 5월 9일 진행됐고, 실제로 김 전 의원은 다음 날인 5월 10일 공천을 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공천 거래가 있었다는 증거이자 헌정 질서를 흔드는 위중 사안임을 입증하는 물증"이라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보다는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집중해 왔다. 섣불리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공세'를 폈다가 자칫 보수층이 결집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보수층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김 여사의 주가조작,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한 문제제기가 주였는데 이날 민주당이 돌연 원내대표 주재로 윤 대통령을 직격하면서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 겨냥 대상이 김 여사에서 윤 대통령으로 넘어가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해당 녹취를 "오래전에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어 공개 시기가 왜 이날이었는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폭로 직후인 다음달 1일과 2일 일정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달 1일에는 대통령 비서실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야당은 운영위 국감에서 화력을 총동원하겠다는 각오다.

이어 2일에는 민주당 주최 대규모 장외집회가 열려 대통령실을 규탄하는 여론이 집결될 예정이다. 즉 윤 대통령 녹취 공개로 공격의 전환점을 마련한 후, 운영위 국감에서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을 구체화하고, 이를 소재로 한 장외집회에서 규탄 여론을 총결집시키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전략인 셈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당시 당선인 신분으로 "공직자가 아니었다"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 전 의원의 이름을 언급한 윤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된 만큼 야권의 공세는 한층 힘을 받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탄핵 언급 자제하면서도 야권 '탄핵 바람' 반기는 민주…李 사법리스크 방어 기대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폭로에도 불구하고 탄핵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가 되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마 국민이 판단하실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탄핵 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채우기 위해서는 여당의 협조가 필요하고, 의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변수가 될 수 있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자칫 기각될 경우 야당이 과도한 정치 공세를 폈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탄핵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녹취 폭로 후 SNS를 통해 "이제는 탄핵이다. 사유도 차고 넘친다.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서영교 의원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 개입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며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이 탄핵을 적극 견인하면서 분위기는 '탄핵 아닌 탄핵' 여론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혁신당 김선민 수석최고위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라"며 "스스로 퇴진하지 않을 경우 답은 탄핵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 탄핵 추진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며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를 11월 중 공식적으로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즉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탄핵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강성 야권과 시민단체를 통해 탄핵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내심 야권의 탄핵 '바람 잡기'를 반가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다. 다음달 15일과 25일 각각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위증교사 재판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탄핵 정국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내부 압박을 외부로 빼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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